유통가는 지금 '일본 지우기'

2019-08-13 10:55:33 게재

롯데주류 "아사히와 무관"

올리브영 '혐한 DHC 퇴출'

추석선물에 사케 등 사라져

유통가가 '일본 지우기'에 한창이다.

아베정부의 경제도발로 촉발된 자발적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일본 보수쪽 '혐한 도발'이 잦아지며 유통가에선 일본제품이 '계륵'을 넘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일본제품은 추석명절 선물세트 명단뿐아니라 매장에서도 퇴출될 상황에 놓였다.

롯데주류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아사히와 롯데주류의 지분 관계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공지하는 한편 '처음처럼'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담은 유인물과 현수막을 제작해 주요 상권에 집중적으로 홍보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근거로 '롯데주류의 제품들이 일본 제품'이라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면서 "브랜드 히스토리를 홍보하는 한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 수입맥주 판매법인인 '롯데아사히주류'와 '롯데주류'를 혼동해 롯데주류의 모든 제품이 마치 일본 제품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혐한 논란'에 휩싸인 일본 DHC 화장품은 올리브영 매장에서 사라질 처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입구에 불매운동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올리브영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 DHC화장품을 일단 매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진열하고 판매중지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1000여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국내 최대 헬스앤뷰티(H&B) 스토어다.

롯데 롭스, 루라블라 등 다른 헬스앤뷰티업체들도 DHC화장품 판매중지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다.

DHC는 최근 계열방송사인 DHC 텔레비전 정치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비난하고 한글·위안부 역사를 왜곡하는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런 와중에 DHC코리아는 국내 누리꾼들이 자사 SNS에 항의하는 댓글을 달자 댓글을 차단하며 논란을 키웠다. 더 분노한 국내 누리꾼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잘가요 DHC'라는 문장을 달고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

앞서 편의점 CU는 할인 대상 맥주에서 일본제품을 제외시킨데 이어 추석 선물세트에서 일본술을 빼버렸고 일본말로 된 상품명을 우리말로 바꿨다. 예컨대 '데리야끼닭꼬치 도시락' 을 '달콤간장닭꼬치 도시락'으로 바꿨다.

또 이달 중순부터는 '모찌롤' 등 일본식 단어 '모찌'가 들어간 제품을 '롤케익' 등으로 변경했다.

대부분의 백화점과 주요 대형마트들도 올 추석 선물세트에서 일본산 사케나 위스키 등을 빼고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 예약기간과 본판매 기간 동안 사케 등을 비롯해 일본산 제품을 제외했다.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도 사케 등 일본 주류제품을 선물세트에서 제외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에서 화과자, 사케 등 일본산 제품을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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