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상가 조례개정 앞두고 일촉즉발
시 "행정대집행도 불사" 초강수
상인들 "재산권 지킬 것" 배수진
인천시의회는 찬반 나뉘어 대립
인천 지하도상가 불법 양도·양수와 전대(재임대) 관행을 없앨 수 있을까?
인천시의회가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해당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는 30일 이 조례를 다룰 예정이다. 제정된 지 17년 만에 나온 '전부 개정안'이다. 이 조례는 그동안 현행법에 어긋나는데도 불구하고 자행돼온 점포 임차권의 양도·양수와 전대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인천시는 조례 개정에 강경한 입장이고,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도 찬·반으로 나뉘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례 개정안 논의를 앞둔 인천시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시는 이번 조례 개정안이 부결되거나 보류되는 경우 개정안에 포함된 임차인 지원대책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임차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계약 기간이 5년 미만인 지하도상가는 5년까지, 그 이상인 경우에는 잔여기간까지 계약을 인정해주는 내용이다. 양도·양수와 전대 금지 조항 역시 시장 정상화를 고려해 2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인천시는 또한 조례가 개정되지 않더라도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해 지하도상가를 관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당장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인현지하도상가 등 3곳에는 '계약 종료' 예고 통지를 한 뒤 일반입찰로 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기존 상인들이 심하게 반발할 경우 행정대집행을 해서라도 과거 악습을 끊겠다는 각오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조례개정안에는 지하도상가를 법이 정한대로 관리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며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시지하상가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상인 200여명은 27일 인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안은 상인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고려하지 않은 악법 조례"라며 "무리한 조례 개정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반동문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이사장은 "그동안 상인들은 시설 개·보수는 물론 연간 47억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내는 등 시 재정에 기여해왔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상인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 이사장은 또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례 개정이 강행되거나, 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상인들을 ?아내려 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며 "그로 인해 생기는 불상사는 모두 인천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시와 상인들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인천시의회도 고민에 빠졌다. 우선 지도하상가가 있는 지역 출신 시의원들은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 조례 개정에 반대한다.
한 시의원은 "양도·양수나 전대 기간을 최대한 연장해줘 상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조례 개정을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하도상가가 없는 지역 시의원들은 조례 개정에 찬성 입장이다.
이들은 "시의회가 잘못된 조례를 만들어놓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며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15곳, 점포는 3579개로 전국 최대 규모다. 기존 조례에는 양수·양도와 전대를 일부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불법 관행을 묵인해왔다. 감사원와 행안부 등이 개선을 권고했지만 시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