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분실물 돌려주세요"

2019-08-28 11:02:24 게재

유실물 가로챈 30대 징역형

경찰청이 운영하는 유실물 관리사이트(www.lost112.go.kr)를 악용해 다른 사람의 분실물을 가로챈 30대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단독 황여진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 판사는 또 이씨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씨는 해당 사이트 검색을 통해 서울 왕십리역 유실물센터에 'KT에그(무선모뎀)' 1개가 보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것이 아닌데도 이씨는 유실물관리센터를 찾아가 역무원 A씨에게 "내가 KT에그를 분실했다. 해당 사이트를 보고 내가 분실한 물건이 맞아서 찾으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씨의 말에 속은 역무원 A씨는 보관중인 KT에그를 넘겨줬다.

이씨는 2017년 8월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30차례에 걸쳐 유실물관리센터 역무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하철 역무원은 물론 경찰도 속였다. 이씨는 같은 방식으로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유실물인 전동 킥보드 1대가 보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파출소를 찾아가 근무중인 경찰관을 속여 전동 킥보드를 받아갔다. 경찰관을 속인 것만 4차례에 달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는 물론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황 판사는 "미리 유실물 정보가 게재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역무원과 경찰관 등을 상대로 소유자인 것처럼 행세해 34차례에 걸쳐 유실물을 가로챘다"며 "범행횟수나 수법 등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물량하다"고 질책했다. 다만 이씨가 가로챈 물건의 재산상 가치나 현금으로서 환가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물건들인 점, 물품을 분실한 이들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피해회복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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