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조국 트라우마'에 빠진 민주당·청와대
'자녀신상까지 턴다' … 총선 전 개각 "필요하지만 걱정"
여당 내 "삐끗하면 선거 망친다" 우려
이낙연 유은혜 김현미 등 교체 고심
제한없는 신상검증에 검찰고발까지
인물보다는 '검증 통과'에 주력할 수도
두 달여 동안 나라전체를 흔들어놓은 '조국사태'는 청와대와 여당에 강력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남아있다. 조국 법무부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국회에서의 인사검증 제한선을 무너뜨렸다. 인사청문회에 나왔다가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검찰수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여당은 '야당 공격 방어' 부담이 커졌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는 '제2의 조국사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개각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되던 시대는 지나간 모양새다.
8일 여당 모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총선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총리는 국회 본회이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데 만약 낙마할 경우엔 총선에 치명적"이라며 "삐끗하면 선거를 망칠 수 있는데 개각 카드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는 공석의 법무부장관 자리를 채우는 정도의 개각만을 예고한 만큼 이낙연 총리나 의원겸직중이면서 출마의지가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대한 개각이 이뤄진다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또다른 여당 의원은 "총선에 가까워 개각을 하게 되면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회복할 시간도 없이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개각을 단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삐 풀린 인사청문회 = 조국 전 장관 사례는 인사청문회에서의 검증 제한선을 없앴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동생, 동생의 전처, 배우자, 자녀까지 검증대상에 올려놨다. 배우자와 자녀를 증인으로 채택하려고도 했다. 자녀 입시 자료나 성적표 등 사생활도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대상과 범위가 확대됐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 봐야 한다. 놓치기 쉽다는 얘기다. 여당도 마냥 방어만 할 수 없다. 조국 전 장관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다는 점은 여당에겐 뼈아픈 경험으로 남아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위험을 무릅쓰고 개각을 단행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잘못하면 총선 패배와 함께 문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국TF 상장, 패스트트랙 가산점, 박찬주 영입 등 자유한국당의 행보가 비판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겨우 회복됐고 '혁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이해찬 당대표의 총선관리원칙을 고려하면 개각카드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검증된 사람으로 바꾼다? = 여당이 주장하는 인사청문회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엄밀한 검증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이 야당일 때 주장하던 바다. 야당입장에서 최대의 공격포인트를 놓칠 리 만무하다.
인사청문회 개정을 통해 '신상검증 비공개' 등의 여당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후보자를 인물보다는 통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불출마할 의원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번 기회에 인물을 포용적으로 써 중도보수쪽 인물을 발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제한된 인재풀에서 자기 사람만 쓰는 게 아니라 협치차원에서 파격적으로 폭넓게 인물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