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선거법 협상에서 보여준 거대양당의 민낯

민주·한국당, 입으론 '민생 먼저', 실제는 '이익 먼저'

2019-12-20 11:20:19 게재

'비례의석 못 얻는다' 진단에 30석 캡, 석패율 반대

"민주당은 정의당, 한국당은 우리공화당 견제" 평가도

봉쇄조항 상향조정도 '군소정당 난립 방지책' 제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고 있는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양당제 고수'에 나섰다.

민생은 뒷전에 미뤄놓고 각 정당의 이익을 찾는데 주력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30석 캡' '석폐율제 반대' '봉쇄조항 상향조정' 등도 의석수 확보와 진보·보수진영이 군소정당의 교섭단체나 원내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 감귤 먹는 이해찬과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 감귤 촉진 캠페인에서 감귤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2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민생법안을 상정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는 이날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9일에 막힌 민생법안 처리가 20여일 지체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이 선거법 상정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199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닌 민식이법 등 법사위에서 당일 통과한 9개 법안도 처리하지 않겠다며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켰다.

◆서로 떠넘기는 민생법안 =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지 않는다며 선거법-사법개혁법-민생법안순으로 처리 방침을 세워놨다. 민생법안을 맨 뒤로 보내놓은 셈이다. 이달 10일 본회의에서도 민식이법 등 어린이안전법안과 파병법안에 이어 예산안만 통과시키고 200개가 넘는 세입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그대로 방치했다.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는 "개혁법안을 처리하면 한국당 필리버스터의 이유가 사라져 오히려 민생법안 처리가 빨라진다"고 예상했다. 이 대표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4+1(민주·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대안신당) 패스트트랙 연대'의 합의가 난항을 거듭했다. 한국당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전날 이인영 원내대표가 뒤늦게 '민생법안 처리 원포인트 본회의'를 제기했지만 한국당이 거부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초록동색? = 민주당이 '4+1' 선거법 협상에서 의석비율을 원안인 '지역구 225석 대 비례 75석'에 대해 '250대 50'으로 수정제시해 관철시켰다. 이후엔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캡 적용'방안 역시 '3+1'의 수용을 얻어냈다.

이는 민주당 의총에서 "50석에 대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한 석도 얻을 수 없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제기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확보비율에 비해 정당비례득표가 더 높게 나오면 사실상 비례 추가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모 여당 중진의원은 "한 의원이 계산한 것으로 보면 30석 캡으로 적용해도 비례 대표에서 한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석패율 반대카드는 지역구 보존용이다. 아쉽게 2위로 밀린 차석자를 구제하는 '석패율제'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로 민주당은 '중진용'이라는 비판을 내놓았지만 속내는 정의당의 적극적인 지역구 출마를 저지하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차석자를 구제한다고 하면 경쟁지역에서 정의당 후보들이 대거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례대표를 얻을 수 있는 최저 정당득표율인 '봉쇄조항'을 현재 3%에서 5%로 상향조정하는 것 역시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다. 봉쇄기준을 높이면 원내로 진입하는 정당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 여당 의원은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로 들어오면 원내 전략짜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30석 캡'을 씌울 경우엔 정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 확보가 어려워진다.

봉쇄기준을 높이면 우리공화당의 원내진입을 차단할 수도 있다.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이 한국당과 계속 소통하면서 한국당 의사를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선거법 협상은 결국 거대양당과 군소정당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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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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