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매각에 대한 다른 시각
청년창업 확산 vs 창업생태계 불신
2019-12-30 11:29:32 게재
벤처업계도 찬반 의견 분분 … "페이팔 멤버 모범 따라야"
"국내시장을 해외기업에 넘겼다. 주주들에게 이익만 안기고, 성장을 도운 창업생태계에 불신을 줬다."
배달의민족이 '대박'을 터트린 후 논란에 휩싸였다. 환영과 동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창업 9년 만인 올해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난 13일 매각됐다. 국내 인터넷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2조5000억원)의 두배에 가까운 액수다.
벤처투자 업계는 반색했다. 이번 M&A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가치를 인정받고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고영한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한국 스타트업도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많은 청년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한단계 도약을 위한 모험적 투자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김봉진 대표가 경영 지위를 지킨다는 점에서 매각보다 투자 측면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부정적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의 상징으로 꼽혀왔던 배민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것에 대한 우려다. '먹튀' '배신' 등의 거친 표현도 등장했다.
소상공인들은 독과점 후 수수료 인상을 우려했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게 된다. 국내 배달시장이 독일기업에 넘어간 셈이다.
연합회는 배민 매각을 반대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의) 인수합병이 성공할 경우 국내 배달앱시장이 90% 이상 독점된다"며 "독점은 소상공인에 대한 부담과 소비자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배달 노동자들 역시 더 값싸고 위험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독점적 지위와 시장지배력 남용 등을 충분히 반영해 결합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벤처업계 내부도 의견이 분분하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찬성만 있는 게 아니다"고 전했다.
벤처업계 일각에서는 벤처생태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언론의 배민 매각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부정적 의견이 74.4%로, 긍정적 의견(25.6%)을 압도했다. 김봉진 대표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 의견이 81.8%로 조사됐다.
배민 대박으로 투자자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초기자금 3억원을 출자했던 벤처캐피탈 본엔젤스는 2993억원을 거머쥐었다. 투자 8년 만에 약 1000배의 투자수익을 냈다. KTB네트워크도 투자원금의 15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네이버는 1800억원을 벌었다.
국내 투자자는 해외 투자자에 비하면 약소하다. 미국계 투자사인 알토스와 골드만삭스가 1조원대의 거액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만 돈벌고 국민경제 가치는 외면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기업으로 키워줬더니, 국내시장을 외국기업에 넘기고, 국내외 투자자들만 돈방석에 앉게 됐다는 부정적 의견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해외투자자들이 지분의 상당수를 보유히고 있는 쿠팡 등 플랫폼 유니콘기업들도 배민과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 장관과 우아한형제들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김봉진 대표가 페이팔 멤버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온라인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paypal)은 1998년 설립됐다.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에 팔렸다. 당시 페이팔 멤버들은 다시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해 모두 성공했다.
엘론 머스크, 자웨드 카림, 로로프 보타, 피터 틸, 앤드류 맥코맥 등은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름잡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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