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범(멸종위기), 한반도에서 다시 포효하나

2020-01-06 12:05:07 게재

환경부, 러시아서 도입 추진 … 한·러 수교 30주년 외교사절 역할 기대도

환경부가 러시아에서 한국표범(아무르표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표범은 한때 전 세계에 3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까지만 포획 기록이 있을 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6일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한국표범 도입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계획대로 들여오게 된다면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멸종위기종 분포 조사부터 종 복원 기술개발, 증식·복원 및 사후관리 등 멸종위기종 복원의 전 과정에 대한 총괄 기능을 한다.

표범의 한 아종인 한국표범은 과거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 한반도에 걸쳐 널리 분포했다. 이 중에서도 한반도가 개체 수나 서식밀도 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포 중심지였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대형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멸종 위험이 큰 동물로 꼽히게 됐다.

다행히 러시아 연해주에 2012년 설립된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한국표범 복원에 힘을 쓰고 있다. 설립 초기보다 4배 이상 개체 수가 늘어났다.

중국도 2017년부터 '표범의 땅' 국립공원 건너편 국경지대에 호랑이와 표범 보호를 위한 대규모 국립공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이라 한국표범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면 더 의미가 있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표범 종복원도 아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오기와 판다가 한국과 중국 간 외교 사절 역할을 한 것처럼 표범도 '동물 외교 사절단'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다. 2008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따오기를 선물로 기증하기로 했고, 경남 창녕 우포늪에 자리를 잡았다.

2016년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울산과학기술원과 한국표범 표준 게놈(Genome·유전체)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해 한국표범의 보전·복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게놈은 한 개체 유전자의 총 염기서열로, 한 생물종의 거의 완전한 유전 정보 총합이다.

대전동물원에서 2012년 자연사한 표범 '매화'의 근육을 이용해 표준게놈 지도를 만들었다. 또한 러시아에 서식하는 야생 아무르표범의 혈액을 확보해 추가로 유전체 서열을 해독하고 이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국표범의 유전자는 25억7000만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됐고 1만9000여개의 유전자를 포함했다. 생존한 개체수가 적어 개체 사이 염기서열 변이가 거의 없고 유전 다양성도 낮았다. 멸종위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표범 종복원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물론 먹이사슬에서 상위 포식자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특정 종을 복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위 포식자가 생태계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1920년대부터 갈색곰과 회색늑대 등 상위 포식자를 복원하기 시작했고 인간과 공생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표범은 행동반경이 호랑이의 1/5 수준으로 좁은 편이다. 몸무게도 호랑이의 1/7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서식지 마련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과의 충돌 등 안전에 대한 우려다. 2015년 환경부는 늑대 복원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계획을 접은 바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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