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으로 더 길어질 남북교착
북 "국가존망 걸린 문제"
외부 유입로 차단에 총력
개별관광 등 수용 더 희박
전 세계로 번져나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으로 인해 한반도의 남북교착 상태가 더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이 우한 폐렴 유입 방지를 국가존망의 문제로 인식하고 강력한 차단조치에 나선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철통같이 막고 있고, 28일부터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하는 남측 인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등 검역도 강화했다.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구상에 따라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우리 국민의 대북 개별관광 추진 방침을 밝혀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심사였으나 우한 폐렴 사태로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 세계가 우한폐렴 예방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은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면서 "대북 개별관광이나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북측이 호응하기 어려워 남북관계 동결 상황이 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중국 관광객의 북한 입국을 금지했으며,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1개월간의 격리와 의료관찰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하는 등 바이러스의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6일자 노동신문은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 대책을 철저히 세우기 위한 긴급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며 외국 출장자에 대한 의학적 감시와 의심환자 발생을 대비한 격리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평양-베이징 항공편을 취소하고 중국 관광객의 북한 입국을 금지하는 등 바이러스를 국경에서 차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취약한 의료체계로 인해 우한 폐렴 유입이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9일자 노동신문은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자면'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당 조직들에서는 신형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여기고 정치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문은 우한 폐렴이 북한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업에 "모든 사회성원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해당 부문과 단위들에서 최대의 각성을 가지고 나선 과업들을 엄격히 집행하며 그와 어긋나는 자그마한 현상이나 요소도 묵과하지 말고 철저히 극복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에도 북한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확산 사태 때 고강도 차단조치를 취했다. 2015년 메르스가 중동에서 발병하자 이 지역 공관 근로자와 파견 노동자의 귀국을 자제토록했고, 그해 6월엔 남측 정부로부터 검역용 열 감지 카메라를 지원받아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측 인원에 대한 발열 검사를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시행했다.
중국에서 사스가 한창 유행하던 2003년엔 평양-베이징 항공노선을 차단하고 신의주 세관을 일시 폐쇄하는 등 평양-블라디보스톡 항공노선 한 개를 뺀 모든 지상, 공중, 해상 통로를 틀어막았다. 당시 외화벌이 수단인 금강산관광마저도 62일간이나 중단했다. 후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이 유일하게 사스 피해에서 상당부분 자유로웠다고 평가할 정도의 강력한 통제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과거 대응패턴으로 볼 때 이번 우한 폐렴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사스 국면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까지는 북한이 차단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측의 개별관광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 대처로 더더욱 무반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홍 실장은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대북 개별관광 제안 등을 보류하고 국제적인 보건협력에 함께 나서자는 식의 제안이 보다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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