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악재 막아라' 경제팀 초긴장
신종코로나 장기화되면 회복세 보이던 경제 악영향 … 연일 대응회의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실물경제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사태가 길어진다면 말이 달라진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 당장 '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경제 규모는 '글로벌경기'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3%에 이를 정도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수출과 관광, 소비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실제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591억3300만달러 흑자를 거뒀다. 최근 1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의 밑바탕에는 중국과 홍콩이 있는 셈이다.
설명절 직후 정부가 연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민건강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라도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003년 사스 때에는 = 2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가 기승을 부리던 2003년 5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3.5%)은 전월 대비 15.7%p 급락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 증가율 역시 전월보다 11%p 감소한 6.5%에 그쳤다. 양국의 교역량 자체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그해 수출 증가율이 평균 19%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스가 수출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 가운데 25%를 차지한다.
연구원은 줄어든 수출 증가율이 모두 사스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할 때 2003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p가량 끌어내렸다고 추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이 이번에도 제한적이지만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중국의 경제규모 =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글로벌경제에는 17년 전 사스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과거 사스나 신종 플루 등 국제적 전염병 발병 사례를 볼 때 우한 폐렴의 경제적 충격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스 발생 당시와 비교하면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만큼 경제적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2003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710억달러로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3%였다. 그러나 2019년 경제 규모가 14조1401억달러로 8배 넘게 불어났고,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6.3%가 됐다. 전 세계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3년 5%에서 2019년 12%로 늘었다. 2003년 2000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2019년 1억6800만명에 달했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중국의 소비가 위축되면 한국 무역수지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은 영향이 적다지만 장기화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산 최대한 신속 집행 = 정부는 전날 긴급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부처별로 '감염병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기획재정부는 방역대응과 관련한 예산은 최대한 신속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올해 예산에 이미 반영된 방역대응체계 구축운영비 67억원, 검역·진단비52억원, 격리치료비 29억원 등 총 208억원의 방역대응 예산을 신속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세기 파견과 관련,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전세기 파견 예산 10억원이 이미 예산에 반영돼 있다. 향후 추가 소요가 발생할 경우 올해 예산에 편성된 목적 예비비 2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중국 내 확산이 중국 소비와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글로벌 경제, 우리 수출 등에 가져올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 중"이라며 "내수 등 국내경제활동의 경우 아직은 그 영향이 제한적이고 향후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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