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번째 확진자 발생 … 광주 초비상
태국여행 의심환자 제외 … 방역 구멍
방역당국 '이동경로·접촉자 확인' 촉각
16일간 무방비 노출, 시 비상대책회의
광주서 태국 가족여행을 다녀온 40대 여성과 그의 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와 18번째 확진자로 판정을 받았다. 16번째 확진자는 여러차례 병원을 다녔지만 태국을 다녀왔고 폐질환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18번째 확진자는 태국여행자라는 점 때문에 각각 의심환자에서 제외됐다. 보건당국은 확진자의 이동경로와 접촉자 확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시 등 지역사회는 초비상 경계에 들어갔다.
◆무안공항 통해 입국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은 A(42)씨와 그의 딸 B(21)씨 등 가족 5명은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태국 방콕과 파타야 관광을 마친 뒤 19일 무안공항을 통해 귀국, 광산구 산정동에 소재한 자택으로 이동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무원 6명을 포함해 172명이 타고 있었다.
공항에서 광주 폐암을 앓은 적이 있는 A씨는 설연휴 기간인 지난달 25일 저녁 오한과 발열 증상을 보여 이틀 뒤인 27일 광산구 소재 21세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같은 날 전남대병원에서 엑스레이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았으나 정상 판정을 받고 폐렴약만 처방받았다. A씨는 지난달 28일 21세기병원으로 돌아와 2월 2일까지 치료를 받았지만,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폐렴이 악화돼 지난 3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는 이날 오전 양성 판정을 받았다.
대학생인 딸 B씨는 지난 1월 27일부터 인대봉합수술 때문에 21세기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B씨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4일 격리돼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16번째 확진자의 남편 C(47)씨와 딸 D(18)씨, 아들 E(7)군은 현재 자가 격리 중이나 추가 확진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병원, 감염검사 안해 = 문제는 A씨와 B씨가 귀국 후 확진까지 2주가 넘도록 격리조치 없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광주시 등은 확진자의 추가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한편, 심층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병원 내 감염은 치명적인 만큼 당시 병원에 있었던 입원 환자 83명과 의료진 68명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를 진료한 전남대병원 의료진(응급실 등)에 대해서도 역학 조사와 함께 바이러스 감염 유무를 살피고 있다.
방역당국은 A씨가 폐암을 앓았고, 태국 입국자라는 점 때문에 의심환자에서 제외했다. 방역당국은 "고위험지역에 대해서는 오염지역으로 지정해 검역을 시행하지만 (태국의 경우)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가 입원했던 21세기병원은 이날 오전 11시쯤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이고 진료를 중단했다.
◆지역사회 '당황·불안·초조' = 광주시 등 지역사회는 인적·물적자원을 총동원해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16번째 확진자에 이어 18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당장 광주시립 예술단원 300여명이 자가 격리됐다. 광주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문화예술회관장은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4일 오후 3시부터 예술단원 전원의 출근을 금지했다. 예술단 소속 공무원이 21세기병원에서 아내를 간병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화예술회관은 "확산방지 차원"이라고 전했다. 광주시 광산구는 어린이집 4곳을 휴원토록 했다. 광주교육청은 인근 유치원과 노인복지관의 일시 휴원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중국이 아닌 해외 방문자에도 관심을 두고 대응키로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대책회의에서 "지역의 위기관리 역량을 총 집결시켜 시민건강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환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발생 공문서가 온라인에 유출되자 광주시는 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공문서가 광주시 광산구에서 생성된 문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