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한국외교' 사방에 장애물

2020-02-07 12:34:20 게재

한미 방위비, 한일 수출규제 난항 … 한중 코로나 신경전에 남북관계도 먹구름

한국 외교가 영 고단하다. 2018년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 분위기로 한때는 전 세계가 주목했고, 러브콜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북미대화 교착, 남북관계 정체, 주변국과의 외교전은 언제 마무리될지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곳곳에 장애물도 산재해있다.

미국과는 중동 파병과 방위비협상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다가 호르무즈 '독자파병'으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맹비난했고, 이란의 분위기 역시 냉랭해 새로운 갈등과 위험요소를 남겨둔 상태다.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내부반발도 부담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외교 대응, 한미 방위비 협상 등 외교 현안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여섯 차례나 해를 넘긴 회의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간극이 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협상에 대해 "아직 간극은 크지만 서로 이해도 훨씬 깊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합의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강 장관은 특히 "방위비분담협상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합의"라면서 "정부는 기존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틀 안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SMA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더구나 최근 주한미군이 방위비협상이 미체결 됨에 따라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4월1일부터 무급휴직이 될 수 있다는 공지를 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정부로서는 더욱 부담을 안게 됐다.

강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국회 일정 등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은 한미가 잘 알고 있다"면서 "언제 타결된다고 예단하기 어렵지만 우리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충분히 유념하면서 계속 협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선언으로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 역시 아직은 얼음장이다.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일단 유예상황이지만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불씨가 남은 상태다. 강경화 장관 역시 "작년 11월 말에 우리가 취한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WTO 제소 중지는 잠정적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종료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6일 서울에서 3개월 만에 열린 한일 외교국장 회의에서도 이런 기류가 고스란히 반영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40분 동안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수출규제 등에 대해 협의했지만 좀처럼 의견접근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한국 측은 기대한 것보다 너무 진전이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이번 협의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수출규제의 조속한 철회를 강도 높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노력이 미진하다는 인식이다. 강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카드를 다시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과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사드사태로 불편해진 양국관계가 회복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덮쳤다.

한국 정부가 제한적으로 입국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4일 대사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 조치를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한국어로 말해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경화 장관은 입국제한 확대에 대해 "국민 안전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입국제한) 조치시 효력, 국제사회 동향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싱 대사도 6일 외교부를 방문해 김건 차관보를 면담한 자리에서 "제가 상대국 주재 대사로서 그 나라의 조치를 공개적으로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간 협력이 절실한 때에 자칫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싱 대사가 "중한 간 여러 채널을 통해 신종코로나 통제와 관리, 극복을 위해 많은 의사소통이 완화되고 있다"면서 "저는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대사다. 그렇게 믿어줬으면 고맙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관계 역시 답보상태다.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 등의 카드를 제시했지만 북한측 반응은 여전히 냉랭한 상태다. 여기에 신종코로나로 교류와 소통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강 장관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상호 추동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면서 "북미 모두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상황인 만큼 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칙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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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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