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비상
"역학고리 미확인환자 발생시 대책 필요"
오늘부터 의사가 검사 여부 판단 … '중국 방문력' 없어도 의심 환자로 분류 가능
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의심환자(의사환자)에 대한 사례정의가 새롭게 내려지면서 역학적 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나올 수 있어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 대규모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체계를 구축 중이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제때 대응이 가능할지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증상만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학적 고리가 중요한 단서였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전파가 일어나지 않도록 완전한 방역 목표로 환자 선별을 목표로 해왔다"며 "하지만 역학적 고리 확인이 불가능한 사태가 오면 모든 환자 선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에 대한 사례정의를 새롭게 적용했다. '중국 방문력'이 없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국을 방문하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의사의 판단 하에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사례정의란 감염병 감시·대응 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장 혼란 없도록 시스템 재정비 = 대한감염학회는 6일 서울 서초동 학회 사무실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최 교수는 "역학적 연관성 없는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많은데, 준비가 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만약 이런 사태가 오면 병원은 중증환자에 집중하고 보건소나 공공의료기관 등 1차 진료에서 환자들의 선별과 검체채취 등을 맡는 식으로 전체적인 총량을 줄이는 형태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장(고대 구로병원 감염관리팀장)은 "사례정의가 새롭게 되면서 당장 현장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바꿔야 한다"며 "환자 1명당 검사 시간은 2~4시간인데, 많은 환자가 올 경우 회전이 안 되면서 또 다른 감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불안해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여부를 6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PCR)검사법이 7일 전국 50여개 민간 병원에 도입된다. 그간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시행했던 검사법이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가능해지면서 검사 물량이 대거 늘어날 전망이다. 방역당국에서는 하루에 2000여 건 정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환자 분산 문제 등 해결해야 = 사례정의가 새롭게 내려지면서 과잉진료, 의사 재량권 범위 등에 대한 걱정도 많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가 신일 수는 없다"며 "환자 증상이 가벼워도 전파 되는 부분이 있고 얼마나 노출 됐을 때 감염되는지 등 정확한 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일상접촉, 밀접접촉 개념 자체를 지역 사회 감염 범위로 넓혀서 안전하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후베이성만 입국 금지로 한 조치에 대해 위험지역을 넓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입국제한을 감염내과의사들이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형태든 후베이성만 컨트롤하는 건 부족하고 위험환자를 줄이기 위해서 위험지역을 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때도 환자 분산 때문에 문제가 됐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를 관리하다보니 일원화된 통제가 안 되는데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행정 라인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다"며 "축적된 연구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답은 없고 '오늘 맞는 게 내일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 유연성 있게 대응하는 게 현 시점에서는 최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