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도 과잉? … 서울시 '클린존' 착수
확진자 동선, 검증 거쳐 안전 구역 선포
전문가 "바이러스, 방역 후 하루면 사멸"
퇴원자가 잇따라 나오는 등 신종 코로나의 극단적 확산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가 클린존 지정을 준비 중이다. 과도한 공포감 확산을 막고 국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 신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원순식 과잉 대응'이 민생경제 회복에도 적용될지 아니면 잘못된 신호로 경계 태세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시가 바이러스 공포 진원지인 확진자 동선을 클린존으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시 관계자는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 일일 점검회의에서 클린존 지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클린존 검토에 나선 것은 공포 확산과 이로인한 시민 일상 파괴가 지나치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계 파탄을 걱정하는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유치원, 학교 등 휴원조치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없어서다. 돌봄시설 관계자들은 "맞벌이 부부는 휴원이 계속되면 아이를 맡길 또다른 시설을 찾아야만 한다"며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은 사설 시설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의견은 클린존 검토의 근거가 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력과 관련, 방역 후 하루가 지나면 거의 사멸된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의학논문을 근거로 바이러스 생존 기간을 최대 5일로 잡는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 수치일 뿐 과학적 대응은 평균값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방역수준, 바이러스 확산 양상 등을 볼 때 확진자 동선을 휴원 또는 폐쇄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감염병 확산에도 불구, 일상 회복을 시도한 경험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시험 연기론이 불붙었지만 박 시장은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한 청년들의 희망을 뺏을 수 없고 시민 일상을 책임질 공공 행정은 비상시에도 유지돼야 한다"며 시험을 강행했다. 의심증상을 보인 수험생은 방역복을 입은 감독관이 집으로 찾아가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시험장마다 발열체크기를 설치, 열이 감지된 학생을 돌려보낸 일도 있다.
경제·일상회복을 강조하는 박 시장 태도는 전체 중국민 입국 금지 반대와 마스크 지원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너무 커 클린존 지정을 서둘러선 안된다는 흐름도 감지된다. 확진자 동선 중 어디까지를 클린존으로 할지, 클린존 지정 후 감염이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질지 등 복잡한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켠에선 사태 수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확산을 경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일상 회복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클린존이 상황 진정, 민생 복원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은 누구보다 과잉대응을 강조했기 때문에 거꾸로 클린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시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민생에 '과잉 대응'하는 것도 바이러스 경계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