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올림픽에 악영향 촉각
2003년 사스 때는 7월까지 유행
"조기종식 안되면 올림픽 영향"
관광객 줄고, 지역경제 타격 커
일본이 올해 7월에 개막하는 도쿄 하계올림픽을 5개월 가량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 유행이 조기에 진압되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이고 올림픽 개최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장기화할 경우 대회 준비에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면서 "2003년 대유행한 사스의 경우 그해 7월까지 갔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올림픽에 미치는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나카하라씨는 최근 니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고 감염병이 장기화되면 도쿄올림픽 개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초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도쿄올림픽 중지'라는 해시태그가 급속히 확산되기도 했다. 독일의 한 언론매체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와전돼 SNS상에서 확산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일본 내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의 확산에 따라 올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아베 총리는 물론 일본 내 정치권과 도쿄도, 조직위원회 등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중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IOC와 대회조직위, 도쿄도와 적절한 정보의 공유를 통해 올림픽 개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본 정부는 이튿날 올림픽 준비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 및 경기단체 등과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선수 출신인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은 자신이 일본선수단장을 맡았던 2016년의 리우올림픽에서 감염이 확산됐던 '지카 바이러스'를 언급하며 "당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없어 선수들이 불안해 했던 경험이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부 종목의 도쿄올림픽 예선이 연기되거나 장소가 변경되는 등의 조치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달 14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예정됐던 복싱 예선전은 3월로 연기되면서 개최지가 요르단 수도 암만으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올해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내걸었던 4000만명 관광객 유치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홋카이도의 경우 올해 춘절기간 치토세 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내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관광객 감소는 중소규모 관광관련 업계에 직격탄이다. 고이케 도쿄도 지사는 10일 도내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고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도쿄상공회의소 미무라 아키오 회장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소기업에 영향이 크다"면서 자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해외 관광객 3188만명 가운데 중국인이 959만명으로 30%를 웃돈다. 게다가 이들 중국인은 1인당 씀씀이도 크다. 지난해 중국인 1인당 일본 내 소비액은 21만2981엔으로 전체 평균 15만8458엔을 크게 웃돈다. 중국인 전체의 일본 소비도 1조7718억엔으로 전체의 37%에 해당한다. 아베 총리도 지난 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미 관광을 포함한 지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해 심각성을 일부 인정했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10일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대기중인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추가적으로 60여명의 확진자가 나와 이 배에서만 모두 13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이 배에 타고 있는 3700여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