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중국인 유학생 관리 안간힘
대학 기숙시설 부족 … 시설·재정 지원 검토
자취·하숙생 많아 … 통제권 벗어날까 우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7만여명이 일제히 중국에서 돌아올 경우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이들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싶어서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14일 자가격리' 문제가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상당수 대학들은 개강을 1~2주 정도 연기한 뒤 중국인 유학생들을 보름동안 기숙사에 머물도록 할 계획이다. 외부와의 접촉을 통제하고 식사도 도시락으로 준비한다. 대학 기숙사를 정부가 운영한 진천·아산·이천의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김태운 대구시 교육정책관은 "대학별로 2월말 정해진 기간에 귀국하도록 안내하고 입국하는 학생은 전원 2주간 기숙사에 입실해 격리하기로 했다"며 "2주간 기숙사에서 역학조사와 검진 등을 실시하고 증상이 없을 경우 퇴실하도록 하고, 중국 유학생의 자가격리가 끝나면 방역을 실시한 후 일반 학생들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이를 위해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국 시기를 비슷한 기간으로 조정토록 했다. 위쳇 등 유학생들이 사용하는 SNS 단체방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 수가 1000명 이상인 대학 15곳 중 유학생 모두를 수용할 기숙사를 확보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격리시설 부족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독립공간 확보가 절실해 민간 숙박시설이나 구립 유휴시설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숙사가 부족해 상당수가 자가거주 유학생이다. 한국 학생 기숙사까지 모두 이용해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기숙사에 수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체로 자가격리를 할 수밖에 없다. 경남도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 입국과 관리 현황을 매일 상황보고 때 점검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격리 학생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의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이 708명인데 이 중 640명이 외부 자가거주 학생"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명단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숙·자취 등 일부 숙박업소·시설에서 중국인 유학생 입주를 거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는 막연한 두려움이 원인이다. 지자체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대학가 숙박업주를 대상으로 홍보물을 배부하고, 간담회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이동 동선까지 통제하려는 시도는 좋은 사례다. 인천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들이 공항에서 기숙사까지 이동하는 동안 접촉자를 줄이기 위해 '콜벤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전에 의사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가 유학생이 공항에 도착하면 전용 콜벤에 태워 기숙사로 곧장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13일 오후 첫 유학생이 입국한다. 카이스트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도 이 같은 체계를 갖추고 입국 유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정부도 다급해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전국 시·도지사는 13일 오전 영상회의를 열고 중국 입국 유학생 관리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격리시설과 재정 지원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 골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할 시기여서 대학들이 격리시설과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