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코로나19 쇼크 … 속수무책

2020-02-20 11:23:26 게재

접촉자 파악에만 3일 걸려

시설·인력 부족, 대응 한계

"대구시 보유 65개 음압병실 가운데 15개는 확진자가, 일부는 다른 질환 입원 환자가 사용중이며 현재 의심환자의 검체를 조사의뢰한 것도 많아 이 추세로 2~3일이 지나면 대구시가 보유한 음압병실이 고갈됩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오후 6시께 대구시청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호소했다.

권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상황 브리핑에서도 "대구시 사례에서 보듯이 코로나19가 이미 지역사회에 깊숙이 퍼져있어 대구시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지원을 요청했다. 대구시는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대책단 파견, 역학조사 및 의료 관련 인력 지원, 음압병실 확보, 행·재정적 지원 등을 요청했다.

아침부터 의심 환자 몰리는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 20일 오전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병상 부족, 접촉자 조사도 어려워 = 당장 음압병실 확보가 비상이다. 대구시에는 20일 현재 가용한 음압병실이 20~25개 정도다. 20일 추가로 2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 수용불가다. 정부는 부산와 울산 경남 등 다른 지자체와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지자체 주민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대응 초기단계인 확진자 관리와 밀접접촉자 조사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역학조사관 2명과 공보의 1명이 근무하고 있어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해 역학조사관 자격요건 완화를 중앙정부에 요청했다.

지난 18일 31번 확진자가 입원한 새로난한방병원의 입원환자 32명을 이송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됐다. 이들을 대구의료원에 격리입원시키기 위해서는 100병상 이상을 비워야 했다.

또 입원환자 중 2명은 코로나19와 무관하다며 19일 새벽 무단으로 퇴원해 경찰의 협조로 재입원되기도 했다. 병원 자체 인력으로는 환자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시는 31번 신천지예수교회 신자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166명을 확인하는데도 2일 정도 걸렸다. 31번 환자가 증상발현 후 두 번 참석한 예배시간대에 참석한 신자 1000여명의 자료를 교회측에서 받는데도 3일이나 걸렸다. 대구시가 31번 확진자 발생 후 수차례 교회측에 요청했으나 19일에야 명단을 제출했다. 이 사이 신천지대구교회 신자들은 일상활동을 해 2차 접촉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검체인력도 태부족이다. 대구시는 10개 보건소에서 하루 80명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대구시는 31번 확진자 예배시간 대에 참석한 신자 1000여명을 전수조사하겠다지만 인력부족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대구 의료계 대란 우려 =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19일 오후 경북대병원 본원·대구가톨릭대병원·영남대병원 응급실은 폐쇄, 계명대동산병원 응급실은 잠정 폐쇄됐다. 다행히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은 입원 중이던 37세 여성 의심환자가 최종 음성으로 판정돼 20일 오전 7시부터 정상화됐다. 3차 의료기관은 칠곡 경북대병원만 남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사례가 없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생명이 위중한 다른 위급환자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의료대란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의 경우 평소에도 입원병실이 부족한데 기존 입원환자의 퇴원과 이동조치 없이는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대구시청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정부도 이 사태를 단순히 대구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범정부 차원에서 행정과 재정지원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질병관리본부 대책반을 보냈고 19일에도 행안부 등 각부처 긴급대응요원 40여명을 대구에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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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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