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선거법의 '전략공천' 이중잣대
지역구엔 되고 비례대표엔 안된다 … '민주적 절차' 적용 '제각각'
선관위 "비례대표 전략공천, 입법취지에 부합 안해"
"전략공천 금지, 변화·정당 자율성 차단" 지적도
지역구후보, '민주적 절차' 명시에도 전략공천 가능
4.15 총선을 50여일 앞둔 가운데 지역구엔 지명된 후보를 내려보내는 전략공천이 가능한 반면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이번부터 차단됐다. 중앙선관위가 개정 공직선거법을 유권해석하면서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공천=비민주적 절차'라는 등식을 만든 것과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오히려 정당의 자율성을 해치는 등 정치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모두 23곳의 전략공천지역을 선정해놓고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중구·성동구와 부천 오정구 등을 경선지역으로 변경했다.
이낙연 전 총리(서울 종로),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을), 김용민 변호사(경기 남양주병), 홍정민 변호사(경기 고양병)를 1차 전략공천후보로 발표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서울 광진을), 이탄희 전 판사(경기 용인정),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경기 김포갑),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경남 양산갑)은 2차 전략공천후보로 낙점됐다. 여전히 10여개의 전략공천지역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의 전략공천지역을 우선 발표했다. 서울 광진구갑, 은평을, 강서을, 구로을과 인천의 미추홀갑, 남동갑 등이 선정됐다.
253개 지역구 후보 공천심사 중 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전략공천지역이 발표되고 있지만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전략공천이 불가능해 각 정당마다 새로운 선거법 적용에 고심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 선출방식의 '민주적 절차'를 비례대표후보자에 한해 구체적으로 명시한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정 선거법을 근거로 '당원·대의원 등 선거인단 구성과 투표에 의한 비례대표 선발·순번 확정'을 주문했고 '전략공천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날 민주당에서 먼저 비례공관위를 열고 후보자 심사과정에 대해 공모, 서류심사, 면접심사, 국민공천심사단 투표, 중앙위원회 순번 확정으로 결정하고는 처음 공모할 때부터 비례 1번 여성장애인, 비례 2번 외교·안보, 비례 9번 취약지역, 비례 10번 사무직당직자 등 제한경쟁분야와 피선거권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일반경쟁분야로 나눠 지원받기로 했다. 우상호 비례공관위원장은 이날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선거법 개정으로 전략공천을 없애고 제한경쟁분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조차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선거법을 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에만 전략공천을 차단해 이중잣대인데다 정당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사무처 핵심관계자는 "비례대표후보자 선출과정의 '민주적 절차' 항목이 처음부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심상정 의원안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소위로 넘어가는 바람에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국회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도 특별한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위원장도 "선거법을 개정할 때는 전략공천을 하지 못하게 하는지는 몰랐는데 일단 선거에 들어간 만큼 선거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가 '당원·대의원 등 선거인단'을 구성한 후에 선출하는 민주적 절차를 명시한 선거법을 근거로 '전략공천 불가' 입장을 내놓았지만 당대표, 최고위원회의 등도 당원들로부터 권한을 직접 위임받은 대의기구인만큼 이들에 의한 선출 역시 '민주적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적 절차라는 게 특별한 형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직접이든 간접이든 어떤 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지는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것으로 '민주적 절차'라는 구문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공천을 배제한다면 전략공천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고 당대표나 최고위원회 등의 결정이나 의결 역시 권한이양 차원에서 차단하는 게 적절한 지 따져볼 일"이라며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지지도가 높았을 때 여성후보들을 대거 전략공천해 여성들의 의회진출을 확대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후보자에 대해서도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략공천이 이뤄지고 있고 중앙선관위가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에 대한 규정 적용을 차별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개정된 법 규정에 비춰볼 때 당 대표나 최고위 등이 선거전략만으로 비례대표의 후보자와 그 순위를 결정하여 추천하는'전략공천'이 공직선거의 규정과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정당의 자율성이나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오직 선거의 기본원칙과 헌법, 공직선거법이 담고 있는 입법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