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밀린 감염병 관리 강화 공약
정책순위, 예산배정 지연
전문병원 설립 지지부진
야당 공무원 증원 반대로
전문 인력 확충도 '반쪽'
"감염·질병 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 중 하나인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에 담긴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도 "방역체계 강화를 통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공약 이행속도는 더뎠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데다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 탓이다. 문 대통령의 감염병 예방 공약이 신속하게 이행됐다면 '코로나19 사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감염병 방역체계 강화를 위해 우선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추진'을 공약했다. 이를 통해 지역거점 공공병원 위상을 강화하고 신종감염병 발생시 환자를 즉각 격리·입원시키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전국 광역자치단체별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대응센터를 신설해 전국 어디서든 감염병 발생시 전문가가 즉각 투입되는 대응체계를 완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전문 역학조사관을 증원하는 등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도록 문 대통령의 공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의 경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의 조선대학교 병원만 지정돼 있는 상태다. 이마저도 중앙의료원은 부지이전 문제로 진행이 늦어지고, 조선대 감염병 전문병원은 2022년에서야 정상가동 된다. 중부권, 영남권, 제주권 등 다른 권역의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감무소식이다. 정책 우선순위와 예산 배정 등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은 10대 공약 세부사항에 포함된 것이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는 설치 시점을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으로 설정했다.
같은 이유에서 감염병대응센터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역학조사관은 2015년 메르스 당시 34명에서 2020년 77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필요인력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검역인력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입국자는 4788만명에 달한 반면 검역인력은 453명에 불과했다. 검역인력 1인당 10만명 이상을 책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7년 추경예산안부터 2019년 예산안까지 3년간 138명의 검역인력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보수야당에 반발로 40%에 달하는 55명의 예산이 삭감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다보니 정책이나 예산배정,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순위가 밀리는 경향이 있다"며 "좀 더 속도감 있게 감염병 관리체계를 강화했다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도 더 효과적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