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대응 추경 편성 본격화
10조원대 슈퍼추경, 내주쯤 편성안 나올 듯 … 3월 17일 이전 국회처리, 피해 소상공인 우선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추경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미 2조8000억원 규모의 예비비가 있고, 작년부터 세수 증가폭이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과 신천지교에서 촉발된 '지역사회감염'이 판을 흔들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추경 편성 검토를 지시했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면서 정부가 추경 편성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당정에서는 '10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이, 기재부 안팎에서는 최대 10조원 규모의 추경이 거론된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향후 1~2주간 코로나19의 확산 속도에 따라 최대 15조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기류 바꾼 대통령 언급 = 기재부 관계자는 25일 "추경 편성규모는 내주까지 확산속도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주까지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늦어도 3월 중순까지는 처리하는 것이 대략적 일정"이라고 전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은 3월17일이다.
추경 기류가 바뀐 것은 24일 문 대통령이 추경 편성 검토를 지사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정부에 긴급 추경 편성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면서, 이번 주 후반 예정된 코로나 종합경기대책에서 추경의 틀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홍 부총리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금주 발표할 행정부 자체적 지원 방안에 더해 이제는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정청 간 협의를 거쳐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착수, 속도감 있게 검토를 진행하고 발표할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최근 며칠간 지역사회로의 전파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위기경보단계도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추경 예산을 포함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28일 코로나19 종합경기대책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추경 예산 편성에 대해 검토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28일 종합경기대책 발표 = 그동안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1999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등 모두 세 차례뿐이었다.
정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는 세입부족분 보전분 5조6000억원을 포함해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여기에 기금 자체 변경을 통해 3조1000억원, 공공기관·민자 2조3000억원, 정부출연·출자를 통한 금융성 지원 4조2000억원 등 10조원을 보태 모두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순수하게 메르스 대응과 피해업종 지원을 위해서는 2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음압 격리병상 등 시설·장비 확충(1448억원), 피해 병·의원 보조(1000억원), 의료기관 융자(5000억원), 관광업계 시설·운영자금 지원(3000억원) 등이었다. 또 서민 생활 안정에는 1조2000억원, 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는 1조7000억원을 각각 편성했었다.
정부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4조2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당시 사스 등 전염병 관리강화를 위한 진단 장비 확충에는 94억원이 편성됐다. SOC 등 건설투자에 1조5000억원, 서민 중산층 지원에 7000억원, 수출중소기업 지원에 6000억원을 배정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p 끌어올리는 게 목표였다.
◆슈퍼추경 가능성 = 추경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로서는 정부는 최대 10조, 당정에서는 최소 10조가 거론되지만 일각에서는 최대 1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추경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가 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상황이 우호적인 점도 정부로선 부담을 더는 모양새다. 총선을 앞두고 추경 피해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추경 규모 10조~15조원은 국내총생산(GDP)의 0.7% 안팎에 해당한다.
다만 지난해 이후 세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고, 과도한 적자국채 발행은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