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돌봄교실(유치원·초등학교)'
지역감염 위험에도 보건전문인력 아닌 일반 전담자 운영
유아·아동 집단감염 우려 확산 … 불안호소 학부모 증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업·휴교 하는 유치원과 학교를 대신해 희망 아동을 수용하는 유치원·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각단계인 만큼 아동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휴업·휴교 시 집단적 돌봄도 함께 중단하거나 최소한 전문보건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교육공무직본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안전조치를 강화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대책은 결코 아이들을 지켜낼 수준이 못된다"면서 "발열체크, 예방교육,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예절만으로 아이들 수십 명을 한 교실에 몰아넣어도 안전할 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 중단을 포함해 보다 근본적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긴급 돌봄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이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3월 9일로 일주일 연기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긴급 돌봄은 3월 2일부터 제공된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제기되는 현재 상황에서 돌봄교실이나 정부의 긴급 돌봄 서비스가 안전한 환경을 갖췄는지에 대한 학부모들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 개학 연기 사태도 일어날 수 있어 추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맞벌이 가정은 휴원 조치가 반갑지만은 않다"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자는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 한해 등원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휴원조치까지 내려진 마당에 유치원으로 아이를 보낼수가 없다"면서 "아이들이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맞벌이 가정 보호자 1인에 한해 무상휴가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공부직본부는 심각단계인 만큼 휴업·휴교 시 집단적 돌봄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충북교육청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의 돌봄교실을 함께 중단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다만 불가피한 수요로 인해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안전대책을 함께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맞벌이 등 대처가 어려운 가정일수록 돌봄의 필요성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라도 교육공무직이 전적으로 돌봄과 안전까지 책임지라는 식의 운영은 안전하지도 공정하지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심각단계에 걸맞는 특별한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보건인력 등 학교의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함께 책임지는 안전돌봄을 보장하고, 가중된 업무나 위험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통해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보완 요구도 나온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현재 가족돌봄휴가제는 하루 단위 무급으로 사용하게끔 돼있어 학부모 입장에선 충분치 않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보다 확대된 아이돌봄 휴가제를 긴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그럼에도 유치원과 학교 돌봄에 대한 요구가 있다면,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당국과 학교, 지자체 전체가 나서서 전문보건인력 투입 등 안전을 강화한 학교와 지역센터 돌봄 방안까지 넓게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요구는 처음이 아니며 지진 태풍 전염병 등 위험 대처를 열악한 가정과 그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공무직노동자들에게만 맡겨서 될 상황이 지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신을 초등 2학년, 7살 자녀를 둔 맞벌이 여성이라고 밝힌 직장인은 국민청원에 "한창 뛰어다닐 애들을 무작정 집에 둘만 남겨놓고 회사를 출근해야 하고 정작 회사에 나와서는 행여나 애들이 연락이 안되는 동안 밖에 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일도 손에 안잡힌다"면서 "저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23일 성명을 내고 "개학이 연기돼도 초등 돌봄교실, 유치원 방과후 교실은 평상시대로 운영된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안전 대책·지침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돌봄교실, 방과후교실의 안전 대책이 교사도 아닌 비정규직 전담사에게 맡겨진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곳들에 대한 안전 매뉴얼과 대응 지침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