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경기심리지수 추락
2월 기업심리 역대 최대폭 10p 떨어져
아직 코로나19 확산 제대로 반영 안돼
가계의 소비심리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기업의 심리지수도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결정적인 파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번 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전달에 비해서 10p 내린 65를 보였다. 이번 결과는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폭의 하락은 2008년 11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5년 6월 메르스가 유행하던 때 등으로 당시에는 각각 전달에 비해 9p가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긍정적으로 바라본 곳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번에 나온 지표는 안그래도 경기를 어렵게 보는 기업들이 코로나19 등의 확산에 따라 비관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도 "2월 기업경기지수는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이뤄진 것으로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 이전이어서 실제 경기심리는 더 나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65)가 전달에 비해 11p 떨어져 2016년 2월(63)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전자·영상·통신장비(71) 업종이 무려 18p 급락했다. 중국산 부품을 구하지 못해 일부 완성차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자동차(56) 업종의 체감경기도 18p 떨어졌다.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금속가공(54)도 11p 내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72)과 중소기업(58) 모두 11p씩 떨어졌다. 수출기업은 13p 하락한 72, 내수기업은 10p 내린 61이었다.
음식점과 도·소매 업종이 속한 비제조업(64)의 업황지수는 9p 하락했다. 낙폭은 메르스가 닥친 2015년 6월(11p) 이후 가장 컸다. 내수가 부진하면서 도소매업(59)이 13p 하락하며 2012년 11월(58)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기업경기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를 합쳐 산출한 경제심리지수(ESI)는 8.5p 내린 87.2를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3월(69.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9p 내린 89.7이었다. 지수 수준은 2009년 5월(87.6) 이후 가장 낮았다.
한편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달에 비해서 7.3p 급락했다. 하락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 6월과 같다. 이번 달 CCSI 하락폭은 역대 세번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