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공무원 확진, 컨트롤타워 무너질라
대구에서만 20명 확진
대통령도 자율격리 할뻔
전주에서는 과로사 의심
대구에서 또 코로나19 확진 공무원이 나왔다. 27일 하루에만 3명, 누계는 20명에 달한다. 전북에서는 코로나19 방역에 투입된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직사회 감염 확산으로 자칫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건설본부 소속 직원 1명이 2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 직원이 근무했던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 별관 103동 건물이 폐쇄됐다. 이 건물은 대구시건설본부, 녹색환경국 산하 기후대기과·수질개선과·자원순환과·취수원이전단 등이 있다. 달서구 상인동에 있는 도시철도건설본부 직원 1명도 같은 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본부건물도 곧바로 폐쇄됐다. 팔공산자연공원 관리사무소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갓바위관리소·파계관리소 두 곳이 폐쇄됐다.
전날에는 대구시 경제부시장실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혁신성장국 소속 팀장 1명도 같은 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에서만 공무원 2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로 인해 이들이 근무하는 시설이 폐쇄되고 함께 일한 직원들이 격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경제부시장실에 근무하던 여직원의 감염은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줬다. 25일 문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밀접접촉자인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배석한 탓이다. 다행이 이 부시장이 검체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칫 문 대통령도 자가격리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뻔 햇다.
대구 서구보건소 방역총괄팀장이 감염돼 보건소 전체가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방역팀 전체가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대구 서구는 다른 장소에 임시로 보건소를 설치하고, 행정직과 타 보건소 인력을 지원받고서야 보건소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소방공무원 중에서도 확진자가 3명 발생했다. 모두 대구에서 근무 중인 직원이다. 3명의 확진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소방대원 367명이 격리조치된 것이 더 큰 문제다. 격리자 중 구급대원만 108명이다. 이들은 이송환자가 뒤늦게 의심환자로 분류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상황은 대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가족여성연구원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공공기관 6곳이 27일 일제히 휴원했다. 가족여성연구원에 근무하는 수원 거주 30대 여성이 지난 25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이날 새벽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서울시 노원구 첫 번째 확진자와 마포구 한 식당에서 접촉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확인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가족여성연구원은 전날부터 휴원하고 당직자를 제외한 직원 51명 전체를 자가격리 조치했다. 연구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경기관광공사 경기연구원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복지재단 4개 공공기관과 위탁기관인 경기도광역치매센터도 휴원에 들어갔다. 도는 이들 6개 기관에 상주하는 근무직원 392명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도록 조치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경찰 공무원들이 대거 격리조치 되는 일도 벌어졌다. 25일 단체로 헌혈에 나선 고양경찰서 소속 공무원 12명이 격리조치 됐다. 헌혈은 하지 않았지만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 9명이 함께 격리조치 됐다. 당시 헌혈차에 근무하던 대한적십지사 소속 간호사가 확진판정을 받아 벌어진 일이다.
전북 전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며칠째 비상근무 하던 공무원이 27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이 공무원은 전날에도 밤늦게 퇴근했고, 평소에도 과로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해 무너지면 국가 대응 전체가 혼선을 빚게 된다"며 "방역에 대응하는 기관 공무원들은 자체 방역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이번 기회에 지자체 청사나 소방서·경찰서 등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시설보호와 통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