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대통령 탄핵' 청원
청와대·국회청원, 실현불가
의원 재적 동의 입법 가능
"국민 의견" "정쟁 안돼"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부실을 문제삼아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 달라는 민원성 국민동의청원이 실현 가능성이 낮고 분열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입법화나 현실화와 상관없이 국민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민동의청원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했다.
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전날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이 국민동의청원의 상임위 직행 기준인 10만명 동의를 받아 7일간의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이 청원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 한 모씨는 "정말 자국민을 생각했다면 중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했어야 했다"며 "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한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청원이 올라와 140만명이상의 동의를 받아냈다. 그러나 90일 이내에 20만명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받을 수 있는 청와대 답변은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탄핵청원때와 같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탄핵은 국회의 소추의결로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전망이다. 탄핵안이 처리되는 국회로 청원이 이동한 이유로 해석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동의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재적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시켜야 탄핵이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탄핵안 상정조차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법사위나 운영위에 '문 대통령 탄핵' 청원안을 올려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 서명으로만 청원이 이뤄지면 청원위원회에서 처리방향을 결정할 텐데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입법청원이 들어오면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 법안이 있다면 병합심사하면 되지만 탄핵안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입법청원 1호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한 양형기준 상향조정'청원은 이미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상정돼 있어 법안소위에서 같이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은 헌법에 의해 국회의원 재적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청원에 의해서는 안건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이는 100명의 동의를 얻어야 공개되는 절차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탄핵'청원은 상임위에 상정될 수밖에 없어 논란의 불씨로 남겨졌다. 이미 심재철 의원 등은 문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바 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와 함께 법안뿐만 아니라 청원도 폐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5월 29일까지 석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고 4.15 총선이후에도 한달 반의 잔여임기가 있어 총선결과에 따라 보수진영이 청원을 내세우며 문 대통령 탄핵을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동의청원이 정쟁이나 분열의 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법적 지위가 없는 청와대 국민청원보다는 청원법에 의해 보장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