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서울대교수팀 국민여론조사 결과
감염방지 참여 속, 분노 높아졌다
전사회 대응엔 '긍정' 방역현장에는 '박수' … 정부·언론엔 '질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초기 진행과 달리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등으로 분노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사회적 대응에 대해서는 긍정평가가 높았지만 방역현장에 대해 박수를 보냈고, 정부와 언론에 대해서는 질타의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은 2월 25일부터 한국리서치에 의뢰,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진행한 주요 결과를 4일 발표했다. 1차 설문조사는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조사 결과, 국민 개인의 방역 실천으로 마스크를 "가끔" "자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가 97.7%로 1차 조사 때 81.2%보다 16.5%p 늘어났다. "비누로 꼼꼼하게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99.3%를 기록했다. '대중교통 이용 자제' 75.4%, '도서관·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 78.3%를 기록했다. '모임취소, 종교행사 등 불참' 88.9%, '외출 자제' 93%가 "가끔" "자주" "항상" 해당 행동을 했다고 답했다.
개인 수준의 예방행동은 거의 완벽한 준수율을 보이고 사회적 접촉을 자제하는 행동 또한 높게 나타나 국민은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실천 중인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어진 전사회적 코로나19 대응 평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나 자신>우리사회(일반국민)>정부 순으로 긍정 평가가 많았다. "잘하고 있다"의 응답이 가장 높은 것은 "나 자신"으로, 72.7%가 "어느 정도 잘 대응", 12.7%가 "아주 잘 대응"한다고 응답, 전체 85.4%가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정부 당국의 대응은 57%가 잘 대응한다고 답했고 43%가 잘못 대응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사회'는 긍·부정 반응이 각각 62.7%, 37.3%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는 불안(48.8%)에 이어 분노가 21.6%로 대폭 상승, 눈길을 끌었다. 분노를 느꼈다는 응답은 20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1차 조사 때는 불안(60.2%)이 압도적이었다.
신종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차의 10.2%에서 4.2%로 줄었다. 일상의 완전한 정지(=0)와 변화 없음(=100) 사이에서 일상 정지를 시사하는 50점 이하 응답자가 1차 조사 때 48.0%에서 59.8%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변화는 여성이, 보수가, 대구·경북 지역이, 판매/영업/서비스 직이 상대적으로 크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대응의 공적 주체들에 대한 신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질병관리본부·공공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대응 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는 높아졌다. 하지만 위기 리더십의 최고 단위인 청와대와 사회적 위험소통의 거점인 뉴스 미디어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체 81.1%가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1차 조사 74.8%보다 6.5%p 늘었다.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도 72.6%에서 79.3%로 6.7%p 상승했고(보건소는 73.8%) 지방자치단체도 52.5%에서 55.4%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청와대는 신뢰 의견이 49.5%로 1차 조사 때 57.6%보다 8.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67.3%의 신뢰를 얻어 이달초 68.1%보다 0.8%p 하락했다. 주요 위험정보 전달기구인 언론에 대해서는 "다소 신뢰"(36.7%), "매우 신뢰"(3.2%)로 39.9%가 신뢰의견을 보여 1차조사 때의 46.4%보다 6.5%p 하락했다.
유 교수는 "이런 결과들은 위기소통에 시사점이 큰데 전염병 출몰 초기와 달리 사망자가 늘고 중요한 예방수단으로 권고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지키지 않는 다른 시민의 소식을 접하며 느끼는 불안은 불만 및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라며 "초기 불안에 대응하는 소통과 차별화된 더욱 세심하고 특히 책무성이 강화된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월 첫째 주에 비교할 때 현재 국민이 인지하는 코로나19 위험성은 높아졌다.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12.7%에서 19.8%로 상승했고 "낮다"는 1차 조사 때의 42.7%에서 29.2%로 감소했다.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피해가 " 심각하다"는 인식은 68.9%로, 1차 조사 때의 73.8%보다는 낮아졌지만 연구진이 한국리서치와 협력조사로 진행한 2월 2주차 조사 결과인 57.5%보다는 다시 11.4%p 높아졌다.
치사율이 34%대를 기록한 메르스의 1/10 이하로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다는 정보는 계속 전달되지만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고 사망 소식이 잇달아 알려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유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은 열거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자로서 치료받을 권리 등 지역의 효능감은 낮다. 지역사회의 정신심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