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메르스 추경' 판박이 된 '코로나 추경'
임기 중후반 대규모 예산, 추경까지 편성
감염병 대응과 함께 세수부족현상 이어져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건전성 악화" 지적
문재인정부의 코로나 추경과 5년전 박근혜정부의 메르스 추경이 집권중반기에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닮은꼴로 평가된다. 특히 대규모 예산편성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세입경정까지 단행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예산안을 편성할 때 장밋빛 성장률과 세수 전망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밋빛 전망에 의한 대규모 예산편성-예산조기집행-세수부족-재정절벽-세입경정을 포함한 추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4일 정부가 국무회의에 제출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조기에 종식시키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세출규모를 8조5000억원 늘리고 3조2000억원은 구멍난 세수를 충당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7년이후 4년연속 추경을 편성해왔다. 2015년부터 따지면 6년 연속이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제출한 메르스 추경안은 11조8000억원이었다. 국세수입 결손을 보존하기 위해 5조6000억원을 배정했고 메르스·가뭄 대책과 경제활성화에 6조2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한 2013년 이후 2014년을 제외한 집권기간 4년 중 3번의 추경을 단행했다.
대규모 예산편성에 이은 대규모 추경은 국가채무비율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 정부는 지난해 총지출증가율을 전년대비 9.1%(42조7000억원)까지 높여놨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높은 증가율을 만들어놨지만 정작 추경까지 편성하게 되면서 총지출액 증가율은 10.9%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고 지출액 증가규모도 50조원을 돌파했다. 국가채무액은 815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4조7000억원이나 증가하게 돼 GDP(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40%선'을 뚫었다.
메르스추경이 있었던 2015년엔 총지출규모가 375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5% 늘었지만 추경편성으로 38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증가율은 8.1%까지 뛰어올랐다. 국가채무는 569조9000억원에서 579조5000억원으로 확대됐고 국가채무비율은 35.7%에서 37.5%로 1.8%p나 상승했다.
세수부족현상도 코로나 추경과 메르스 추경의 닮은꼴이다. 올해는 국세의 지방세 이전비율을 높인 탓이기도 하지만 성장률과 물가수준이 바닥을 기면서 명목성장률이 하락, 세수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5년전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장밋빛 성장률과 세수전망'으로 예산을 편성하다보니 세수에 구멍이 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세수 부족현상의 지속은 여유자금을 고갈시켜 대부분의 추경재원을 국채발행(채무)으로 충당,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세수부족으로 잉여자금이 없어 국채를 대거 발행,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대규모 추경을 투입한다고 해도 꺾어진 경기를 살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적극적인 재정역할과 함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조언이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시행이후 임기중 4년연속 추경을 편성한 사례는 없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5년 추경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의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속도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동안 재량지출을 감축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도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출구조조정과 국민부담 증가 등에 대한 정부의 강한 정책의지와 국민들의 고통분담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해 분석보고서에서도 담길 문구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