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 막기’와 반대로 가는 추경안
“청와대·경제관료 시장 너무 몰라”
“상품권 받고, 나가서 소비해라?”
“소비하러 밖에 나가질 못하는데”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2020년도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추경이 코로나19 종식과 피해 확산을 막는데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소비촉진과 경기침체 회복에도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월 20만원 내외의 지역사랑상품권 4개월분을 한시적으로 지급해서 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을 확대하겠다”며 “고용시장에 미치는 피해도 최소화하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인원을 5만명 늘리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확대해 청년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침체된 지역경제가 회복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추경안을 보면 △저소득층 소비쿠폰(상품권) 8506억원 △대한민국 동행세일(세일행사 기획전, 판촉 캠페인) 48억원 △고용장려금 4874억원 △특별 고용안정 대책 1000억원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대상 R&D 등 318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추경의 목적은 경기침체가 아니라 재난을 막기 위한 데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야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정부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데 상품권을 주고 시장에 가라는 것이냐”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비대면 채널(홈페이지)을 만들어 소비자와 재래시장 상인들을 연결시켜주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권 지급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대면 소비를 줄여서 감염 확산을 통제하는 게 중요한데 이 시점에 지역 상품권을 주는 건 예상만큼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소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일반적인 경기부양 정책하고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한 신랄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추경을 보면 청와대와 경제관료들이 시장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준다”며 “현재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추경을 허비하면 나중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추경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도산을 막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며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금융권의 잠재적 부실 문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