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오늘부터 상호 '빗장걸기' 돌입
0시 기점 무비자 입국 중단
일본 일방조치 한국 맞대응
한국과 일본이 9일부터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는 등 상호 입국제한 조치에 들어가면서 양국간 이동이 전면 통제된다.
일본발 한국 입국자들은 특별일국절차를 적용받고, 한국발 일본 입국자들은 14일간 지정장소에서 격리된다.
양국간 인적교류 규모와 경제관계 등을 고려할 때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으로, 양국 관계 악화도 우려된다.
싸움은 일본이 먼저 걸어왔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사전협의나 통보 없이 지난 5일 일방적으로 한국 국민들 상대로 한 입국 규제 강화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했고, 우리 정부는 '팃포탯' 방식의 일대일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외교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9일 0시부터 한일 양국 간 사증(비자)면제가 중단됐다.
한일 간 90일 무비자 제도는 2005년 한시적으로 시행됐다가 2006년 3월부터 본격 시작됐다. 한일은 관광 목적 등 90일간 단기 체류의 경우 비자를 서로 면제하고 있는데 일본이 먼저 이를 이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이미 발급한 비자의 효력도 정지하기로 했다.
일본에 들어가려면 새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일본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대를 고려한 '신중한 심사'를 예고해 쉽지 않을 수 있다. 입국한다고 해도 지정장소에서의 2주간 대기라는 사실상의 격리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국은 일본의 조치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인의 무비자 방문을 중단하고 기존 비자 효력을 정지했다.
정부는 일본 내 모든 공관에 사증을 신청하는 외국인에게 자필 건강상태확인서를 요구해 발급 심사를 강화했다.
다만, '흐름을 통제하되 문은 닫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일본이 시행한 '14일 대기'는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일본에서 오는 이들은 전용 입국장에서 발열검사와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국내 연락처·주소 확인 등 특별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미 코로나19 우려로 교류가 위축된 상황에서 양국의 이런 조치는 입국금지에 맞먹는 효과로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로, 한일갈등의 여파로 많이 줄었음에도 작년에 558만여명이 일본을 찾았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7만여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이날부터 대폭 축소된다.
일본의 12개 도시 17개 노선을 운영하던 대한항공은 오는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선의 운항을 전부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취항 30년 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오는 31일까지 아예 중단하기로 했고, 다수 저비용항공사도 일본 노선을 접었다.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도 이날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한일간 상호 빗장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이 불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달 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했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인 입국제한 조치의 시한을 못박지 않은 때문이다.
일본은 이달 말이 가까워지면 약속대로 한국에 대한 조치를 풀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반면, 한국은 일본 내 코로나 확산 추이를 근거로 일본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