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이동경로 공개로 입은 손실, 의료기관은 ‘보상’ 민간은 ‘안돼’
감염병예방법 규정에 명시돼
“헌법에 보상근거 규정, 입법미비”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동경로를 공개해, 해당 사업장은 막대한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중 의료기관, 약국 등의 손실은 국가가 보상을 하지만, 민간사업장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감염병예방법 규정 때문이다.
또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인해 격리되는 경우 사업주는 그 기간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 업무중 감염됐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이 된다.
감염병예방법 제70조는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의 손실보상책임을 감염병 환자가 발생·경유하거나, 정부가 그 사실을 공개해 발생한 요양기관의 손실 등으로 규정했다. 확진자 경로 공개로 손실을 입어도 의료기관, 약국, 보건소 등 요양기관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민간은 받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정부가 폐쇄를 명령한 민간사업장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폐쇄명령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임시 휴업한 경우는 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다. 현행법상으로 민간 사업자 피해가 사실상 구제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
천주현 변호사는 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손실보상을 구할 수 있는 헌법상 규정은 있는데 감염병예방법에는 민간 사업자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헌법에 배치되거나 불완전한 입법에 해당돼 부진정부작위입법 위헌 확인 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국가의 배상책임은 공무원이 직무집행상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에 인정될 수 있지만, 정부의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 공개는 법에 명시된 적법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5년 메르스사태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이 거액의 손실보상을 청구했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상 명령위반을 이유로 거절해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6월~7월까지 2개월간 영업수익이 36% 급감해 1131억원 영업손실을 입었다’며 총 1180억원의 손실보상을 청구했다. 복지부는 오히려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명령에 불응했다며 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는 손실보상금 지급제외 사유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삼성서울병원 손을 들어주었다. ‘명단 지연 제출은 메르스 손실보상금 지급제외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손실보상금 지급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복지부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