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또 틀어진 한일무역
일본 수출규제, 입국제한으로 원점 … 오늘 3개월만에 논의 난망
코로나19가 회복 조짐을 보이던 한일 무역관계의 발목을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오전부터 일본 경제산업성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영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 일본에서는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지난해 7월 일본이 기습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두번째 만남이다. 이번 회의는 원래 서울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영상회의로 바뀌었다. 첫번째 만남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상응 조치를 주고받으며 대립하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직전 극적으로 대화 통로가 열렸다. 이후 한국은 일본이 수출규제 사유로 지적한 사항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았고, 일본은 규제대상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 규제를 다소 완화하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이에 두번째 만남에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됐다. 3개월간 한일 실무진간 소통도 꾸준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도 컸다. 한국정부는 이번 만남에서 일본측에 수출규제 이전으로의 원상회복을 강하게 촉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일본이 한국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이 한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우리정부는 일본의 입국규제를 일본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외교적 성격의 조치'라고 판단하고 맞불을 놓았다. 결국 한일 관계가 다시 격랑 속에 빠지면서 이번 회의에서 기대하던 성과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영상회의로 바뀌었지만, 회의는 계획대로 진행된다"며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이후 양국 수출입 실적을 보면 일본의 손실이 더 컸다.
수출규제 조치 이후 현재까지 매월 한국의 대일본 수출감소율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감소율이 컸다. 올 2월엔 일본의 대한국 수출이 플러스(0.6%)로 전환됐지만, 한국의 대일본 수출증가율은 이보다 큰 3.4%에 달했다.
또 한국은 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핵심 소재장비에 대해 국내공장 신·증설, 수입다변화 등 대책을 마련해왔다. 물론 아직 특정국가에 의존도 높은 소재부품장비가 남아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또 언제, 어떤 트집을 잡아 교역을 어렵게 할지 안심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에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