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난색에도 … 박원순 '기본소득' 건의
중위소득 이하 800만 가구, 긴급생활비 60만원
전국적·일시적 시행 … 정부에 우회 해법 제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800만 가구에 긴급생활비 60만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김경수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맥을 같이하되 논의를 부담스러워 하는 정부 입장을 감안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박 시장은 10일 "감염병 위기로 소득이 격감한 영세 소상공인,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중위소득 이하 796만 가구에 긴급생활비 60만원을 지원하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소득이 일시 감소한 가구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중산층 대거 탈락으로 인한 경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며 "매출 급감, 실직, 무급휴직 등을 겪어 생계에 타격을 입었지만 정부 추경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사각지대를 매우기 위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가 심했던 2~3월 생활비 월 30만원씩 총 60만원을 일시 지급하자는 것이 제안의 골자다. 정부 추경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기존 제도권에 포함된 계층에 한정된다면 서울시가 제안한 '재난 긴급생활비지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가 대상이다. 정부 추경을 보완해 중산층에 대한 틈새지원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시에 따르면 정부 추경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은 간접지원과 신용보증 혹은 융자지원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소비감소로 직접 피해를 입은 고용보험 미가입 자영업자,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등 기존 복지제도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도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체 중위소득 이하 약 1000만 가구 중 기존 복지제도 수혜자를 제외한 약 800만 가구가 긴급생활비지원 대상이 된다. 기존 복지제도 지원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자 138만 가구, 실업급여 신청자 18만 7000가구, 긴급복지 지원자 36만 가구다.
지급은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실물카드 중 가구별로 선택할 수 있다. 지역경제 조속한 활성화를 위해 지급받은 상품권(카드) 사용 시한도 5월 말까지로 앞당겼다. .
박 시장이 '긴급생활비지원' 카드를 꺼낸 것은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에 난색을 표명하면서다. 청와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여당도 "추경이 이미 편성된 상황에서 기본소득 논의로 집행을 늦출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지사와 김 지사 제안에 거부 뜻을 표했다. 박 시장은 사실상 기본소득 효과를 낼 수 있는 생활비 지원을 통해 정부의 기본소득 논의 조기 점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코로나 피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 재난기본소득을 일시적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한 바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김 지사 제안에 즉각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