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갈 길 잃은 대한민국 통상외교
한국인 입국제한 109개국 ⋯ 주요국 방한 줄줄이 취소
대면협상 못해 FTA 차질 ⋯ 통상교섭본부 ‘올스톱’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정부의 통상외교가 사실상 올스톱됐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109개국으로 늘면서 갈 길 잃은 모양새다.
우리나라 통상외교 수장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3월 공식 일정은 국무회의·대외경제장관회의(첫째주), 국회 상임위원회(둘째주) 출석이 전부다. 지난달 27일에는 벨라루스 외교장관과의 면담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평소 한달에 20~30명씩 해외출장을 가던 통상교섭본부 직원들은 이달 들어 중동으로 한팀만 나갔다. 올 상반기 예정됐던 주요국 정상들의 방한과 관계장관 회의는 잇따라 취소·연기되는 분위기다.
우선 3월말로 추진하던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이 연기됐다. 방한에 앞서 5일 열릴 예정이던 한·카자흐스탄 장관급 경제공동위원회는 없던 일이 됐다.
2일 서울 개최를 추진해온 한·우즈베키스탄 산업협력위원회는 무산됐다. 이에 따라 공동사업 추진 건수만 100여건에 달하는 중앙아시아와의 협력도 난관에 봉착했다.
3월 중순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교섭대표회의는 이달말 인도네시아로 장소가 바뀌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대표단의 참여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0년 협상방향과 일정, 시장개방안, 법률검토 내용을 논의하는 등 연내 서명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11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러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분야 제 4차협상은 화상회의로 변경됐다. 올해 수교 30년을 맞은 러시아·몽골과의 기념행사도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올해를 ‘신북방협력의 해’로 정하고 신북방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올 상반기 중으로 추진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불투명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인들이 만나 협력의 장을 여는 비즈니스포럼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통상교섭본부는 올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 멕시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의 국가와 FTA 체결 또는 개정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로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FTA 등 통상외교는 테이블에 앉아 서로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야 깊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면서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중심 다자무역체제가 약화되고 소규모·양자무역이 확산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최근 한국의 통상외교는 갈 곳 잃고 하늘만 바라보는 신세”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