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코로나 대처 다음 수순 뭘까
FT, 5가지 조치 전망
코로나19 확산과 유가전쟁,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 등으로 미국 금융시장이 또 다시 요동쳤다.
12일(현지시간) 다우존스는 전장보다 2352.60p(9.99%) 폭락한 2만1200.62에, S&P 500 지수는 260.74p(9.51%) 추락한 2480.64에, 나스닥은 750.25p(9.43%) 떨어진 7201.80에 장을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거푸 단기유동성 공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물밑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며 향후 추가적으로 취할 수 있는 5가지 통화정책을 짚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이미 시장에선 연준이 또 다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는 이달 18일 예정된 FOMC(공개시장위원회)다. 이번엔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그같은 예측이 현실화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제로금리 바로 위(0.25~0.50%)에 위치하게 된다.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일단 연준은 제로금리까지는 고개를 젓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준 FOMC 회의록을 보면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연준 이사 등 모든 참가자들은 "마이너스금리는 미국에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마이너스금리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 도입된다면 미국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연준도 단기 금리 인하가 코로나19 대처에 가장 유용한 대처법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준금리 인하로는 코로나19 감염률을 낮출 수 없다. 망가진 공급망을 고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연준 산하 금융안정부 첫 부장으로 일했고 현재 브루킹스연구소 이코노미스트로 있는 넬리 량은 "최근 0.50%p 기준금리 인하는 확실히 금융시장의 완충재가 됐다"며 "하지만 시장이 계속 비틀거린다면 금리를 더 낮추는 것보다는 자금조달이나 신용흐름을 원활히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3~6개월 만기 유동성 공급
연준은 12~13일 이틀에 걸쳐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1~3개월 만기로 총 1조5000억달러의 단기유동성을 시장에 추가 공급키로 했다. 전날에는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거래 한도를 기존 1500억달러에서 175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인 에버코어ISI의 부사장 크리슈나 구하는 "연준의 이런 조치는 아직 아기걸음마(baby step) 수준으로, 더 큰 규모의 유동성 조치를 촉발시킬 수 있다"며 "연준은 기존 조치에 더해 3~6개월 만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금융위기 가능성이 보이던 2007년 '기간입찰대출창구'(TAF)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는 프라이머리딜러(뉴욕연은이 공인한 정부증권딜러) 은행뿐 아니라 원하는 은행 어느 곳이라도 연준의 1~3개월 만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FT는 "법 개정 필요 없이 연준이 이사회 투표만 거치면 해당 제도를 다시 도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찰스 칼로미리스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실제 조치를 취하는 것만큼 효과적"이라며 "만약 연준이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강력한 효과를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커·딜러 대상 유동성 주입
연방준비제도법 13조 3항에 따르면 연준 위원회는 이례적이고 위급한 상황에서 은행이 아닌,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는 브로커나 딜러 등 금융기관에 채권이나 어음, 환어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 기관은 연준의 각종 대출 조치 등의 혜택을 볼 수 없다.
문제는 이 조치가 도산하는 기관을 부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는 점. 게다가 일시적이어야 한다. 연준은 지난 금융위기 때 이런 조치를 취했지만 의회의 거센 반발을 부른 바 있다. 미 의회는 금융위기 후 관련 규정을 강화해 '연준이 그같은 조치를 재개할 경우 재무부와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했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해치어스는 "연준이 그같은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며 "아마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4차 양적완화 개시
연준은 마이너스금리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중장기 미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QE)에 대해서는 열린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은 자산매입을 재개할 경우 '과거보다 더욱 빨리, 더욱 과감하게'(earlier and more aggressively than in the past) 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세 차례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연준 이사인 라엘 브레이너드는 지난달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회고하며 "전 세계 일부 국가에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지만, 너무 늦게 너무 많은 논쟁 끝에 이뤄졌다"며 "그 결과 시장의 심리는 위축돼고, 금융 상황은 나빠졌다. 경제회복도 미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그런 실수를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준은 공식적으로 양적완화에 대한 준비를 마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0.50%p 내린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를 조정하는 것 이외의 다른 통화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처럼 주식까지 매입?
보스턴연방은행 총재인 에릭 로젠그렌은 지난 7일 "만약 기준금리와 미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이 동시에 제로를 향해 간다면, 그리고 거기서 오랜 기간 머무른다면, 금리인하나 미국채 매입이 금융시장에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바닥에 내려온 상황에서 무언가를 더 파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같은 경우 연준은 광범위한 자산 매입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중앙은행처럼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FT는 "하지만 로젠그렌 총재의 언급은 연준 정책 도구함에 있는 것 이상의 조치로, 의회의 법률제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미 의회에서는 그같은 조치까지 필요하다고 여기는 조짐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