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추구 … 영국의 도박 성공할까
최고과학보좌관 "국민 60% 감염 원해"
WHO 등 전문가 "취약계층 위험" 지적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봉쇄가 아닌 지연 작전을 펼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 최고 과학자문은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위해 오히려 국민 60%가 감염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패트릭 발란스 영국 최고과학보좌관은 지난 13일 B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는 60%의 국민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집단면역이 형성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사람도 간접적으로 보호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발란스 보좌관은 "우리가 피해야 할 상황은 모든 이들이 짧은 시간에 감염돼 NHS 서비스 체계에 환자들이 쇄도하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히 봉쇄하는 게 아니다. 집단면역 전략을 통해 NHS(영국의 공공의료서비스)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적은 정점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고, 정점을 너른 기간에 분산시키는 것이다. 완전히 진압하는 게 아니다"라며 "감염된 사람의 절대 다수가 가벼운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종의 집단면역을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감염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정부가 보호할 것"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영국민의 약 60%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집단면역을 얻을 수 있다는 발란스의 셈법에 따르면, 약 39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 의미"라며 "WHO의 초기 추산에 따라 코로나19 치사율을 1%로 보면, 국민 39만8000명이 사망하고 약 190만명이 크게 아파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일반적으로 집단면역은 어린이 집단 등이 홍역 등 질병에 대해 백신을 맞는 것을 말한다"며 "영국 정부는 백신이 없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었지만, 일부에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2가지를 가정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이 다시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둘째 집단면역에 필요한 비율을 국민 60%로 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발 사례가 언론을 통해 간혹 보도되고 있다. 또 가디언은 "국민 60%가 아니라, 70% 이상이 감염돼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위생·열대의학학교 신종감염병 교수인 마틴 히버드는 "인구의 대다수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전략은 영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을 더 오래 봉쇄하려는 노력, 그 기간 동안 일부 종류의 치료법을 만들어내려는 노력 등은 분명 가치 있는 목표"라며 "물론 그같은 봉쇄 전략은 확실히 어렵고 많은 나라들에게는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라면 그렇게 하려고 목표를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 국장으로, 소아과 의사인 앤서니 코스텔로는 트위터를 통해 "영국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정상"이라며 "코로나19 해법으로 집단면역을 추진하는 것은 WHO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모든 감염사례를 추적하면서 코로나19를 봉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를 인용해 "각국이 코로나19 '봉쇄'에서 '완화'로 전환하는 개념은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텔로는 "심지어 집단면역의 지속성도 의문"이라며 "코로나19가 강력한 집단면역을 만들 수 있을까 또는 백신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독감처럼 매년 새로운 유형이 등장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코로나19 면역반응에 대해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