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비상경제회의 가동"
문 대통령, 직접 경제 챙긴다 … "특단의 대책" 주문
"경제충격 심각" 판단 … 2차추경·기본소득 추진 전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비상체제로 전환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는 등 전면에 나서 경제대응을 주도해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경제가 심각히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범정부적 역량을 모아 비상한 경제상황을 타개해 나가고자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신속히 결정하고 강력히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상경제회의가 곧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빠르게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3일 문 대통령의 '비상대응 태세 강화' 지시에 따라 24시간 긴급상황실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비상대응의 초점이 방역에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경제 분야로 확대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는 등 경제대응의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경제에 미칠 파장이 간단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은 금융 분야의 위기에서 비롯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며 "일상적 사회활동은 물론 소비생산활동까지 마비되며 수요와 공급 모두 급격히 위축되고 있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는 그야말로 복합위기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더욱 심각한 것은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며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간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적교류가 끊기고 글로벌 공급망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어 경제적 충격이 훨씬 크고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는 비상경제시국을 헤쳐나가는 경제 중대본"이라면서 "코로나19와 전쟁하는 방역 중대본과 함께 경제와 방역에서 비상국면을 돌파하는 두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단의 경제대책을 신속 과감하게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추가 추경과 재난기본소득 등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16일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도 "코로나19 대책은 이번 추경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추가 추경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제출돼 있다. 여야가 증액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회에 상정된 추경안은 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이 있기 전에 편성된 것"이라며 "일단 급한 대로 추경안을 처리하고 세계적인 상황을 보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난기본소득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난기본소득'을 건의하자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에도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예산이 상당히 담겨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며 "어떤 형태라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전주시와 화성시의 사례를 들며 자치단체의 노력을 강조했다. 전주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취약계층 5만명에게 재난기본소득을 52만7000원씩 지급하고, 화성시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줄어든 소상공인 3만3000명에게 평균 200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했던 기존 청와대 입장과는 다른 것으로 해석되면서 재난기본소득 추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18일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를 여는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 경제 관련 부처와 여당 원내지도부, 금융계, 경제단체와 노동계,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주요 경제주체들이 참석해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극복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경제적 충격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도 비상체제로 전환해 비상한 정책수단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