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치료 위험천만, 가족 거리두기 시급
소규모 집단감염, 가족·동료간 N차 감염으로 번져
소아·고령자에 병 옮길 수도 … 경증부터 격리해야
"가족간 거리두기 없인 감염병을 종식할 수 없다."
가족·지인간 N차 감염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자체들은 환자 급증에 대비, 이들을 격리할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직장동료·가족 등 가까운 사람 사이에 2·3차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4일 백화점 지하 1층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근무하던 중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부산 97번)가 나온데 이어 하루 뒤 이 환자와 함께 근무한 60대 동료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14일 확진 판정 받은 또다른 한명은 97번 환자의 배우자다. 97번 환자를 중심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밀접접촉에 따른 2차 감염이 발생했다.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해양수산부에서는 동료간 감염이 확산됐다. 세종청사 확진자 가운데 85%가 해수부 직원이다. 방역당국은 해수부 전체 직원 79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수도권 최대 감염지인 서울 구로 콜센터 직원 감염은 가족과 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지난 15일 구로 콜센터 확진자 가족 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살 아들도 포함됐다. 은평구에선 콜센터 직원의 80대 가족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14명 확진자가 발생한 부천 생명수교회도 구로 콜센터 직원과 접촉한 이들이 감염원으로 추정된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회사에선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동료 6명이 확진을 받았다. 확진 직원의 90대 가족 1명과 이 회사와 이웃한 사무실을 쓰는 50대 남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대문구에서도 가족 간 감염이 나타났다. PC방에서 감염된 30대 남성이 처가에 머문 이후 장모와 장모가 돌보던 이 남성의 자녀인 신생아가 모두 감염됐다.
전문가들은 지인, 가족간 거리두기가 코로나 종식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확진자가 자택에 생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오해도 감염 확산을 낳고 있다. 밖에선 거리두기에 성공했더라도 집으로 바이러스를 옮겨올 경우 감염에 취약한 임산부와 영유아,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들에 병을 옮길 수 있다. 본인은 건강상태가 양호해 감염을 피했을지 몰라도 면역력이 약한 다른 가족들에 감염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감소에 방심하지 말고 가족간 N차 감염, 지역사회 전파 조짐이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은 인구가 대구의 10배다. 환자가 갑자기 증가하면 이들을 격리 치료하는 일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면서 "가정이 감염 확산의 주요 매개인 만큼 사람 간 거리두기를 위한 경증환자 격리 치료 시설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서울·경기 등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는 지자체들은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태릉선수촌을 생활치료센터로 쓰고 있다. 16일 7명이 첫 입소했다. 300명을 수용한다. 시는 환자 급증에 대비해 단계별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 대형 병원과 시내 호텔들이 경증 환자 수용에 동참키로 했다. 이것도 모자라면 충남 서천과 충북 수안보의 공무원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생활치료센터 외에 주거 불분명 등 자가격리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임시생활시설을 운영 중이다.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시인재개발원(30실), 강북구 수유영어마을(100실) 등이다.
경기도 생활치료센터의 기본 방향은 완치 단계 환자를 빼내고 병상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번주에 1곳을 개소하고 다음주 2곳을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현재 7곳은 준비 완료했고 최대 15곳까지 준비, 3000명(2인 기준)까지 수용 가능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구 사례를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구에선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치료 중이거나 대기 중인 환자가 299명에 달한다. 확진자 2512명은 전국 70개 병원에 분산, 치료 중이며 2460명이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자가 치료 중인 300명이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경증단계에서의 격리 치료가 감염병 추가 확산을 막을 필수 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