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이외에 본예산 변경해 코로나에 투입 필요”
올해 512조 슈퍼예산 편성해 여력
SOC 등 시급하지 않은 예산 이전
“국회 의결 거쳐 대규모 변경해야”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에 대한 대규모 재정투입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 뿐만 아니라 본예산의 직접 투입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42조7000억원 이 증액된 512조2504억원 규모의 슈퍼예산이 편성된 만큼, 30조원 이상을 투입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6일 “코로나19 대책은 이번 추경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상황이 오래갈 경우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7일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확대도 필요하지만 본예산에서 시급하지 않은 사업에 투입될 예산을 코로나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에게 돌려서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우선 변경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재원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본예산 변경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각 기관 간 예산의 상호이용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령상 지출의무의 이행을 위한 경비 및 기관운영을 위한 필수적 경비의 부족액이 발생하는 경우 △환율변동·유가변동 등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재해대책 재원 등으로 사용할 시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국회의 의결을 거쳐 예산을 변경해서 쓸 수 있게 예외를 두고 있다. 예산의 세부항목은 정부의 재량 범위에서 전용할 수 있지만 그보다 큰 규모의 예산 변경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안 교수는 “지금 시점의 재정투입은 정부의 재량으로 본예산을 변경하는 수준으로는 되지 않고, 국회 의결을 거친 대규모 변경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긴축재정을 해왔지만 올해 슈퍼예산이 편성됐는데 그걸 쓰지 않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본예산의 분야별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180조 5000억원, 교육 72조6000억원, 국방 50조2000억원, R&D 24조2000억원, 산업·중소·에너지 23조7000억원, SOC 23조2000원 등(일반·지방행정 제외)의 순이다.
대규모 재정투입의 필요성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국제 교역이 중단 위기에 몰리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국제교역에 의존하는 나라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