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 사망이 던진 문제
코로나19에 치료 밀리는 일반환자 '죽음'
'검사 후 진료'에 치료 늦어 … "정부가 코로나19 임상정보 공유해야"
감염병 대유행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오히려 일반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17세 소년의 사망사례가 그런 경우다. 같은 호흡기질환 반응이 나오면 코로나19 대응을 우선하다보니 실제 일반 호흡기환자가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의료계가 심각히 검토할 대목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도리어 일반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17세 소년은 고열에도 불구하고 '제때' 입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체온이 39도까지 오른 12일 경북 경산 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시간이늦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인 13일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5일 만에 숨졌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영남대병원에 갔을 때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일찍 치료해야 했는데 (앞선) 병원에서 집으로 돌려보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상황은 잘 모르지만 17세 정도면 해열제만 먹고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금도 사망에 이르진 않더라도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일반 환자가 제대로 진료 못 받는 상황이 문제가 된다"며 "예컨대 당장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발열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주요 대학병원은 호흡기질환 환자의 경우 진료를 연기하도록 권유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먼저 받도록 하고 있다.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 판단에 따라 검사 결과 전에 응급으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임상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가 없다 보니 막연한 공포감에 현장의 대처가 방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세균성 폐렴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고) 8시간 안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반나절을 허비하면 상태가 나빠질 확률이 높다"며 "의사 판단에 따라 상태가 나쁘면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게 하지만 병원마다 (수준)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려면 의사들에게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며 "지금까지 환자 가운데 발열이 있는 경우는 어느 정도인지, 중증환자는 증상 발현으로부터 며칠째 상태가 악화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나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