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한폭탄으로 내몰린 학교밖청소년
"코로나요? 마스크는 배달 때만 써요"
진로 고민하지만 희망 없어
사회 차가운 시선 바뀌어야
정부 부실정책도 문제
"생활비 때문에 배달의 기수를 하고 있어요. 월세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해요" 지난해 자퇴(사실상 퇴학)한 진호(가명. 인천 00특성화고)가 자신의 최근 상황을 털어놨다. 진호는 고 2때 학교를 떠났다. 학교밖청소년이 된 셈이다.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친구 원룸에 얹혀살고 있다고 말했다. 진호는 음식점 배달 알바자리를 구했다. 이 학교 아이들 대부분은 졸업 후 식당이나 술집, 단순노동 현장에서 생활비를 해결한다. 학교에서 제시하는 진로나 직업훈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어렵기도 하고 적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 대전의 음식점 배달조직(?)을 운영하는 영준(가명 고3)이도 최근 코로나 여파로 식당이 문을 닫자 오토바이 조직을 이끌고 세종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크고 작은 음식과 식자재 배달주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우아한 카페나 커피숍 알바자리를 희망하지만 언감생심. 그런 자리는 대학생 알바자리로 넘보기도 어렵다. 자격증이 있어도 일자리는 바늘구멍이다. 학교를 나온 여학생들의 생활고는 남학생들보다 더 어렵고 비참하다. 미용실이나 식당, 술집 애견카페 등 길게 잠깐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일터다. 학교밖청소년들에 대한 진로나 직업교육이 허술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쉼터, 청소년지원센터 제기능 못해 = 정부는 가출청소년을 위한 쉼터나 청소년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상담이나 직업안내를 하지만 아이들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고 가족(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입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호는 미래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들이 두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저녁이면 원룸에 모여 술을 마신다고 했다. 생활비 때문에 원룸에 모이는 아이들이 많게는 7~8명이나 된다. 뉴스에서 코로나 19에 대한 예방수칙이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이 나오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게 청소년들의 속마음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학교 밖으로 나오기 전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만 가정 형편과 자신의 상황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조사자료(2018년)를 통해 학교밖청소년 75.5%가 학업과 진로탐색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학업중단 시기도 고교때가 61%로 가장 많았다. 비행청소년 역시 78%가 고교때 학교를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제시한 기관에서 진로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35%에 그쳤다. 근로(대부분 알바)중 부당한 대우를 당했지만 참고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퇴나 퇴학생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학교밖청소년들이 겪어야 하는 관문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자퇴(사실상 퇴학)했다고 말하면 가게 사장은 더 이상 알바 상담을 하지 않아요" 사회 취약계층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심리상태는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졌다. 우울과 불안증을 겪는 청소년은 남자보다 여자청소년들이 더 심했다. 학교밖청소년들의 보건 위생 상태도 일반 학생들보다 취약한 것으로 들어났다.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부처의 높은 벽은 이들의 학업중단 시기와 사유에 관한 사항,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상태, 진로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다.
서울시 청소년지원센터 담당자는 "검정고시 준비, 건강검진, 진학정보 제공 등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이들의 요구를 충족할 만한 관련 부처의 지원시스템은 취약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