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지급시기 '오락가락'
"총선 전 가능" 입장 바꿔
총선후보들 "정치적 행위"
대구시가 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긴급생계비 지원 시기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 3종 대책을 발표했다. 긴급생계비로 2927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50만원에서 최대 90만원까지 지원하고, 45만9000가구 108만명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뼈대다. 당시 시는 지급 시기와 관련, 4월 6일부터 신청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 이후인 16일부터 지급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오는 26일 추경예산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하는 대로 지원계획을 공고하고 온라인과 현장방문으로 접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앞서 대구시 고위관계자도 "선거사무 부담 등으로 고려해 4월 16일부터 지급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반발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권영진 시장은 24일 "4월 6일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 과정이 끝나면 우편으로 수령하겠다는 분에 한해 4월 15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때 그때 지급할 것이고 동 주민센터에서 받겠다는 분은 4월 16일부터 동별로 정해진 시간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또 "지급시기과 방법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해야 하는 방역과 하루빨리 지원해야 하는 경제적 관점의 균형점에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3월 초순까지만 해도 대구시의회와 추경예산안을 처리할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구시 고위관계자는 당시 "비상사태라 3월 중 대구시의회 임시회 개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는 정부 추경 일정이 확정됐고 일부 지자체는 긴급추경 일정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대구시는 뒤늦게 시의회와 협의해 26일 임시회를 열도록 했다. 늑장·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대구시가 긴급생계비를 총선 후부터 지급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구시의회부터 제동을 걸었다. 대구시의회는 24일 대구시가 추경예산안 편성을 위해 지난 18일부터 가졌던 사전 협의와 다르게 긴급생계비 지급 개시일을 4월 16일로 발표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시의회는 이날 "시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피해 재정지원 공고일도 오는 30일로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총선 후보들은 권 시장을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이재용 더불어민주당 중남구 후보와 허 소 달서을 후보는 24일 대구시청 앞에서 "시민 생계를 정치 볼모로 삼지 말라"며 "권 시장은 26일 추경안이 통과되면 바로 지급이 가능한데도 총선 뒤로 지급시기를 미루면서 정파적인 정치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정의당 북구갑 후보도 "정부 추경 편성과 전폭적 지원으로 우선 급한 지원은 할 수 있는데 생계를 정치에 악용하는 정략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 민주당 시·구의원 정책연구모임 '대구민주자치연구회 파랑새'도 "서울시처럼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선지급 후검증 절차를 적용해 3월 말부터 생계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는 "대구시는 지급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룰 것이 아니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이 낸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3월 30일부터 신청받아 '행복e음시스템(보건복지부 사회보장통합정보시스템)'으로 소득을 조회해 3~4일 내로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한다. 대전시는 중위소득 50~100% 가구에 700억원을 투입해 30만원(1인 가구)~63만원(5인 가구)을 선불카드로 4월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대구가 다른 지역과 똑같은 처방을 내릴 수 없다"며 "대구시가 제시한 기준과 대상 지원금액으로는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는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