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로 가계대출 연체 급증
일부 은행 카드사업 중지
"연체자 증가는 시간문제"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초기 발생국인 중국에서 코로나 여파로 인한 가계대출 연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중국이 겪는 문제는 향후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코로나19가 국가를 봉쇄시키고 실업률을 증가시키고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어 전세계적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의 은행 2곳 관계자가 2월 신용카드 대출 연체가 1년 전보다 약 50%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대출 회사 중 하나인 중국초상은행은 연체 대출이 크게 증가하자 이번 달 신용카드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아틀란티스 파이낸셜 리서치의 자오젠 대표에 따르면 일부 은행의 개인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시작 전 약 1%에서 최대 4%까지 늘어났다.
온라인 대출회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취디안은 연체율이 작년 말 13%에서 2월 20%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붐과 온라인 대출회사의 성행으로 개인 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55조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5년의 2배 수준이다.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대출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수많은 지급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한번도 심각한 경기 침체 데이터가 포함된 적이 없다. 이 회사 앱을 통해 단기, 고이자 대출을 받는 이용자들은 소득이 거의 없고 신용 기록도 거의 없다. 앤트파이낸셜은 이들에게 빌려줄 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해온다.
차이나 인터내셔널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장슈이슈아이는 "2015년부터 은행들이 경쟁을 위해 기준을 계속 낮췄다"면서 "코로나 발생으로 은행들의 리스크 노출이 가속화됐고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UBS그룹이 이달 발표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업 연체율이 증가하면 중국 은행들은 올해 부실채권이 5조2000억위안 증가하고 수익이 39%나 줄어드는 낯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유동성을 공급해 중국 노동력의 80%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코로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우한 등지 거주자에게만 부채를 탕감해주고 있지만 향후 일자리를 찾고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UBS 애널리스트 메이 옌은 "사회 안정과 관련이 있는 실업률 급증과 이로 인한 소매대출 연체율의 증가를 중국 당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예전 같지 않은 중국에서 경기 부양책이 잘 먹힐지는 미지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0년 전 30%에서 2018년 말 92%로 급증했는데 이는 독일을 넘어서고 미국이나 일본 수준과 비슷한 비율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상환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 연구원은 "중국의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예상해야 할 것들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