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만든 미국 일자리 절반, 2주 만에 사라져

2020-04-03 11:25:37 게재

2주 실업수당청구 천만명

실업률 최고 15% 전망도

코로나19 사태로 2주일 사이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이 1000만명에 육박하는 실업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넷째 주(22~28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5만건을 기록하며 전문가들의 전망치 400만건을 훌쩍 웃돌았다.

한주 전인 3월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청구도 약 330만건에 달했다.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250만건)를 가뿐히 뛰어넘은 수치다.

실업수당 신청서도 유리문으로 | 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 주 노스 잭슨에서 한 남성이 WIN 잡 센터의 유리문 뒤 경비원에게서 실업수당 신청서를 건네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 전역 취업센터 로비는 폐쇄됐다. 노스잭슨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가 87만 9000건으로 전주보다 약 5배 급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펜실베니아가 40만 6000건으로 2위, 뉴욕주가 36만 6000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로 단 2주 사이에 1000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는 1920~30년대 대공황 당시의 '실업 쇼크'를 웃도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10년 동안 창출된 신규 일자리(2480만개) 절반이 불과 2주 만에 증발한 것이라고 경제매체 CNBC방송은 전했다.

미국 경제가 최소 4월 한달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놓일 상황이라 실직대란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코로나19 사태로 7월까지 2000만명의 미국 근로자들이 일시 해고나 무급휴직에 처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7% 감소하고 실업률은 1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4월 말까지 900만명이 추가로 더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현재 3.5%인 미국실업률이 4월 9.6%를 거쳐 5월과 6월에 두자리 수로 더 올라가며 최고 1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최악의 경우 미 근로자 4700만명이 실직해 미국 실업률이 32.1%까지 치솟을 것으로 경고했다.

현대 대부분의 미국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 대피' 중이다.

이미 미국 직장인 10명 가운데 4명꼴로 무급 휴직 중이거나 실업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22%는 "일시적인 무급 휴직을 당했거나 직장에 나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 18%는 "고용주가 사업장을 완전히 폐쇄했다"고 밝혔다.

실업 대란은 갈수록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000만건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재취업 지원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의 3월 감원 규모가 22만22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14만1844명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감원이다.

지난 2월(5만6660명)보다 약 300%, 4배로 불어난 수치이고 지난 2009년 1월 이후로 최대 규모다.

CG&C가 자체 집계하는 기업체들을 조사한 것으로 수백만 명의 무급휴직자들은 반영되진 않은 수치이지만, 300%의 폭증세는 주목할 만하다.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업종은 엔터테인먼트·레저 부문으로, 3월 감원 가운데 3분의1을 차지했다. 서비스업, 유통업도 감원 규모가 컸다.

앤드루 챌린저 수석부사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사·고용 전반에 총체적인 타격을 가했다"면서 "2월까지 미국 고용시장은 탄탄했지만 3월에는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기업은 채용 규모를 동결했고, 영업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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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