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벼랑끝’ 항공업계 지원
대형 항공사도 포함될 듯 … “대주주 자구계획 ” 주문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항공업계에 정부가 지원에 나설 태세다. 항공업계도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정책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지원과 함께 주식매각 등 대주주 자구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어 온도차가 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항공업체 도산을 막기위해 긴급자금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너지 자동차 항공 등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6월 우리나라 항공사 매출 피해규모가 최소 6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점유하고 있고, 일자리만 83만8000개에 달한다.
항공업 지원의 경우 지난번과 달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연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각각 6700억원,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항공업계는 특히 정부지원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항공협회는 3일 정부에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지급보증, 각종 세금감면을 주문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코로나19 피해가 항공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하다”며 “즉각적이고 신속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해외사례를 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총 580억달러(약 74조원)의 보조금 대출지원을 결정했다. 독일은 국적기(루프트한자)에 금융을 무한대로 지원키로 했다. 프랑스와 싱가포르도 각각 450억유로(약 60조5000억원), 133억달러(16조4000억원)를 지원한다.
한국도 지난달 18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3~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전액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유예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항공사에 193억원의 지원효과가 있고, 기존 지원책과 합하면 1560억원 가량이 지원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원대상도 대형항공사까지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월 산업은행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3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어려운 만큼 지원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항공업계를 지원할 경우 대주주의 자구노력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를 막아 대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지만 정부지원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100조원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 안에서 항공업계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고, 그게 안 된다면 주식을 내놓는 등 대주주도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