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개월째, 고용한파 예고 … 하반기 이후 본격 반영
빈 일자리 최대폭 감소
구직급여지급액도 최대
주요 고용지표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고용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요 고용지표인 실업률이나 취업자수 증가폭 등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역대 경제위기를 보면 주요 고용지표 반영은 몇 개월이 지난 뒤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조지표로 볼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향후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경기가 곧바로 반등하지 않으면 상당 기간 고용지표가 악화추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빈 일자리수 추이는 = 실제 고용시장에서 구직자를 흡수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가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도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구직급여 수혜금액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통상 '고용시장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빈 일자리 수는 13만9485명으로, 1년 전보다 6만3318명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2011년 8월(6만4377명)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빈 일자리란 조사하는 달 마지막 영업일 시점에 구인 활동을 하고 있고 30일 이내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말한다.
고용 형태별로는 임시·일용직 빈 일자리 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임시·일용직 빈 일자리는 2만7077명 감소한 1만3826명이었다. 빈 일자리는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감소분은 2011년 8월(2만8266명) 이후 최대다.
상용직 빈 일자리는 전년 동월보다 3만6243명 줄어든 12만5658명으로 집계됐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빈 일자리 수가 741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68명 줄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빈 일자리가 1년 동안 6만1451명 줄면서 13만2070명으로 나타났다. 빈 일자리 수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경영 여건이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당장은 주요 고용지표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빈 일자리 급감과 일시휴직자 급증 등 세부 지표의 변화가 향후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9만2000명 증가했으며, 15세 이상 고용률은 60.0%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였다. 다만 취업자에 포함된 일시 휴직자 수가 14만2000명 급증했다. 이때문에코로나19의 고용시장 영향(주요지표 반영)은 올해 하반기부터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위기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사업주들이 기존 사업을 버티려 하는 경향이 있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고용악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지표의 경우에는 경제 위기 영향이 당장 반영되기보다는 1∼2분기 정도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의 경우에도 3분기 이후부터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선행지표 '실업급여' =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악화를 반영하듯 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도 급증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구직급여 수혜금액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3만1000명이나 늘었다.
구직급여 지급액 역시 898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4%나 늘었다. 지난 2월 세운 역대 최대 기록(7819억원)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실업급여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직급여는 정부가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한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를 업종별로 보면 개인병원을 포함한 보건·복지업(3만5000명), 제조업(1만9000명), 건설업(1만6000명), 도·소매업(1만5000명),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1만5000명) 등에서 많았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역시 2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이 '카드 대란' 시기인 2004년 5월(23만7000명)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상황 악화에 정부도 신속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 살리기의 시작도 끝도 일자리"라며 고용대책을 주문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과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자영업·소상공인 중심으로 고용조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회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위해 총선 이튿날인 16일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