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바이러스 연구를 외주했나
데일리메일·아시아타임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둘러싸고 의혹의 중심에 선 연구소가 있다. 바로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다. 전 세계 상당수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곳에서 유출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12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16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윈난성의 한 동굴에서 포획한 박쥐를 상대로 코로나바이러스 실험을 수행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2015년부터 이 연구에 370만달러(약 45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박쥐 실험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NIH는 계속 우한연구소에 미국 자금을 받을 자격을 부여했다.
실험 결과는 2017년 11월 '박쥐의 사스 관련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풀의 발견은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공개됐다.
이 실험은 '윈난성 동굴의 박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포착했고 이를 표본추출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실험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수의사들이 수행했다.
우한연구소의 또 다른 연구는 2018년 4월 '박쥐 기원의 HKU2 관련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치명적인 돼지 급성설사 증후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공개됐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왜 치명적인 바이러스 연구를 중국에 아웃소싱했을까.
아시아타임스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4년 10월 '기능획득 바이러스 변종 연구'(GDF리서치)를 중단시켰다. 이 연구는 자연의 병원균을 변형해 보다 치명적이고 감염력이 높아지도록 만드는 연구다. 따라서 유전자가 변형된 괴물 바이러스가 사고 또는 고의로 유출되면 팬데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때문이었다.
발단이 있었다. 같은 해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실험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살아 있는 탄저균의 부주의한 수송, 없다고 보고된 두창 바이러스 샘플의 발견, 치명적인 인플루엔자 변종이 CDC에서 또 다른 연구소로 우연히 옮겨진 사고 등이 발각됐다. 완전 봉쇄됐다고 여겨지는 연방정부 실험실에서 오히려 생물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당시 CDC는 2곳의 실험실을 폐쇄했고 일부 생물학적 바이러스를 다른 연구소로 옮기는 것을 금지했다.
CDC는 2014년 7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과학자들이 어떤 절차를 어겨 바이러스 샘플이 비활성화되지 않은 채 연구소를 나가게 됐는지, 탄저균 실험실에서 운용 절차와 관련한 어떤 문제점들이 적발됐는지 등을 담은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결국 미 정부는 2014년 10월 보건 우려를 이유로 인플루엔자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 3개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는 실험과 관련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 내에서 연구가 중단되면서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2015년 기능획득 바이러스 변종 연구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아웃소싱했다. 미국 정부의 자금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라이선스도 발급했다.
우한연구소는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누출, 그에 따른 팬데믹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 정부 실험실과 마찬가지로 중국 연구소도 안정성 문제로 고전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은 2018년 1월 우한연구소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를 담아 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집단 소송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동맹들이 연합해 중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내 제기된 소송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기된 소송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생물무기로 활용했다'는 혐의가 적시됐다.
공화당 상원의원 톰 코튼, 하원의원 댄 크렌쇼 등은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다수의 사망과 경제적 충격을 일으킨 혐의로 중국을 연방법원에 고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기원했는지를 조사중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중국의 생물학적 대량살상무기 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수집중이다.
폭스뉴스 진행자 루 돕스는 "만약 코로나19가 생물학적 무기라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시아타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소송의 결과는 불분명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제 중국 연구소에서 누출된 게 사실이라고 해도 미국 정부가 아웃소싱하고 자금을 댄 프로젝트의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매체는 "2014년 미 정부가 GOF 리서치에 사용되는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면, 왜 NIH가 우한연구소에 민간자금 지원 대신 여전히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했는지가 의문"이라며 "이 사실을 둘러싸고 연방정부 규정 준수와 윤리적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가 2017년 12월 연구 안정성에 대한 이슈를 해소하지 않고 GOF 리서치에 대한 금지를 해제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 변종은 미국 연구소에서 유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가능하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한연구소에 지원된 3700만달러 자금을 조사중이다. 공화당 하원의원 매트 개츠는 "중국 연구에 대한 NIH의 자금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GOF 리서치에 대한 연방정부 금지가 해제된 이후, 미국 연구소들은 보다 치명적인 병원균을 미국 내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중국에 연구를 아웃소싱할 필요가 없다.
현재 정부간 기구로 NIH의 상위단체인 보건복지부에 자문하는 '생물안정성에 대한 국립 과학자문위원회'는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GOF 리서치의 위험성 평가를 진행중이다.
위원회는 보건복지부에 팬데믹 잠재력을 가진 병원균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평가하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가 보다 많은 동물종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하는 연구나 야생에서 사라진 두창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을 되살리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사전검토를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타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사후 검증하는 과정에서 치명적 허점이 발견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면밀한 검토 아래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