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별 추진 필요"
안정적 관리 중요 … '아프면 쉰다' 사회적합의도 갖춰야
정부가 5월 5일까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잠정 추진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를 보다 안정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 오전 "날짜를 정해 놓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가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방역당국이 제시한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 초안'을 들여다 보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먼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첫 부분에 나오는 '아프면 집에서 쉽니다'라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가족돌봄휴가, 연차 휴가, 병가 등을 노동자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점 카페 등에서 이용자들이 지켜야 할 지침내용에는 '가능한 서로 마주보지 않고 일렬 또는 지그재로 앉기' '식사를 할 때에는 가급적 대화를 하지 않거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하기' 등에 있다. 실제 식당 등 현장에서 실천하기 사실상 어려운 내용들이다.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최소 1m 이상 거리 유지하기'라는 지침도 있는데, 이용자 수가 많을 경우 자리배치를 지키기도 어렵다.
더욱이 이런 지침들을 준수하기 위한 강제력이 없고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성에 의지하고 있는 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완환된 사회적거리두기를 진행하고 있는 요즘, 방역당국을 긴장시키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확진된 대구지역 거주자가 4월17일∼18일 부산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식당 및 숙박시설에 대한 접촉자 조사를 완료한 결과, 클럽 방문자 및 직원 등 480명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경기 고양시 '안심병원' 명지병원의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던 의료진 2명이 양성으로 판정돼 방역조치와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유흥시설은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이뤄진다는 특성상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쉽다.
이용자 대부분이 활동성이 높은 젊은 연령이라는 것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불리하다. 이들이 유흥시설에서 감염되면 가족이나 직장 등에 코로나19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원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면 중증환자가 속출할 수 있어 경계심을 놓을 수 없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20대는 활동 범위가 넓어 확진될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접촉자를 유발할 수 있고,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으로 이어질 경우 슈퍼전파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젊고 활동적인 청·장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