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지자체 핵심어 | 서울 서대문구 '청년도시'

대학가 모텔촌 '청년기업촌'으로 변신한다

2020-06-03 11:26:07 게재

신촌 일대에 스타트업 집중

업무·주거공간 동시에 제공

연세로 '차없는거리'와 상생

"연세로는 젊은층이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기획자를 양성해 사람들이 몰리게 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은 인력수급이 중요한데 신촌에는 주요 대학이 밀집해 있어서 창업 핵심지역이 될 수 있어요."

문화기획·대행 회사인 팀플과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에는 공통점이 있다. 최명철·양승찬 대표 모두 청년인데다 서울 서대문구가 창전동에 마련한 업무·주거공간 '청년창업꿈터'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문석진(왼쪽 두번째) 서대문구청장이 청년창업꿈터를 찾아 청년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 올해 핵심어는 '청년도시'다.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9개 대학이 위치해있는데다 전국에서 청년들이 몰려드는 장점을 십분 활용, 살자리 일자리 놀자리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지역과 상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촌 일대는 젊은이들이 거주하며 꿈을 키우는 거리로 탈바꿈한다.

청년창업꿈터가 중심에 있다. 2017년 문을 연 1호점은 모텔을, 지난달 입주한 2호점은 고시텔을 매입해 대수선했다. 팀플과 스타스테크를 비롯해 예비·창업초기 20개 기업을 위한 개별 창업·주거공간에 업무공간 다용도회의실 공유부엌 휴게실 등 공유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임대료는 무료, 전기·수도사용료 등 관리비 몇만원이면 최대 2년까지 머물 수 있다. 2014년 조성한 연세로 차없는거리와 연계를 염두에 두고 문화·예술 분야를 특화했고 첨단 분야인 정보통신과 생명·의학 기업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꿈터 지척에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선정된 연세대학교 창업거점공간(에스큐브)이 들어선다. 대학생과 졸업생 60팀이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인근에는 이화여대 실험실과 체험스튜디오가 7월 문을 열고 창업교육·지원을 병행하게 된다. 이상학 꿈터1·2호점 센터장은 "인근 대학생들에 이 거리가 창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젊은이들에 가능성을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터만큼 주거공간도 늘어난다. 당장 꿈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청년기업인을 위한 165세대 규모 공공임대주택이 내년에 들어선다. 신촌역 인근 신촌동주민센터는 공공시설과 임대주택을 결합한 복합건물로 재건축, 일부를 청년과 스타트업에 내줄 예정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청년 스타트업 종사자 350여명이 일하며 생활하며 일대 골목을 누비게 된다"며 "인근 주민자치회관과 어린이집도 이전, 청년 공간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상인 외식창업 매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촌박스퀘어, 빈 점포를 대수선해 신진 디자이너에게 내준 이화패션문화거리 등은 제외한 수치다.

청년들 업무·생활에 활력을 더할 문화거점은 이미 조성을 마무리했다. 2014년 일찌감치 연세로를 주말 차없는거리로 바꾸었고 창업공간 가까이에 공연장과 갤러리 카페 등을 갖춘 신촌문화발전소가 2018년 문을 열었다. 2016년에는 연세대 정문 앞에 창업카페와 공연장 연습장이 어우러진 창작놀이센터를, 지난해에는 청년 문화예술 활동가 교류의 장인 신촌 파랑고래를 개관했다.

신촌부흥은 문 구청장이 오랫동안 꾸어온 '모텔을 학사로' 만드는 꿈이다. 이왕이면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이었으면 해서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그는 "1세대가 잘 개척해서 성공하고 이후 모텔을 매입해 후배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연세로 상인들이 주말뿐 아니라 평일까지 차없는거리를 운영하자고 요구한다"며 "그렇게 되면 연세로부터 바람산 꼭대기 공원까지 신촌 전체가 청년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일하고 생활하는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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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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