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인사참사' 이제 시작?

2020-06-11 11:20:23 게재

차명진 '세월호 발언' 옹호

이경전 여연원장 제안 철회

"검증보다 보안 중시한 듯"

통합당, 경제혁신위 출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으로 '인사참사' 위기를 맞았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으로 영입 중이던 인물이 총선 당시 '세월호 막말'을 적극 옹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막판에 영입이 철회됐지만 비대위의 인사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경전 경희대 교수에 대한 여연원장 영입 제안을 11일 철회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9일 서울 모처에서 이 교수를 만나 원장직을 제안했고 이 교수도 주말까지 입장을 정할 뜻을 밝혔었다.

그런데 이 교수가 총선 당시 '세월호 텐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차명진 통합당 후보에 대해 "막말을 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옹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교수는 4월 차 후보가 근거라고 언급했던 인터넷 언론 기사를 '용감한 보도'라며 공유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 텐트속 ○○○을 몰랐던 국민들이 오히려 차명진이 막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후보 제명에 반대의견을 내며 "차명진은 오히려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가 하면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반성과 유감은 공식적으로 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주장도 잇따라 내놨다. 문제의 발언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11일 언론 통화에서 이 교수가 "그런 글을 올렸는지 나는 전혀 몰랐다"며 "본인에게 없던 것으로 하자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 인사검증에 대한 의구심이 일 것을 우려한 듯 "그 쪽(AI) 전문가라는 것만은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제안하게 된 것"이라면서 "그런 분야 사람을 찾다보니까 그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지 (검증에) 혼선 같은 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합당은 이번 영입과정에서 통상적인 인사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인물의 전력을 파악하는 역할을 통상 사무처에서 하는데 이번엔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안을 더 중시했기 때문인 듯하다"고 전했다.

보안을 중시한 나머지 검증을 계속 소홀히 할 경우 김종인 비대위의 '인사참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통합당 비대위는 11일 산하 경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 혁신위는 기본소득을 비롯해 고용보험 확대, 플랫폼노동자 처우 개선, 데이터청설립, K-헬스케어, 리쇼어링 등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한다.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인 초선 윤희숙 의원이 맡는다. 위원으로는 △김원식 한국 경제학회 부회장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안명옥 전 17대 국회의원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함께하는 경제' 부문,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영 의원이 '역동적인 경제' 부문, △박형수 전 통계청장 △염명배 전 한국재정학회장 △이영 전 교육부 차관 △윤창현 의원이 '지속가능한 경제' 부문에 각각 참여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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