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투자회사, 기후변화·그린산업 투자 미진"

2020-07-22 11:39:15 게재

유럽 그린본드 발행 GDP 대비 1%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 0.2% 수준

"환경훼손 기업 대출·투자 축소하고 친환경 사회적 책임투자 확대해야"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기후변화 대응과 그린산업 투자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성과지수는 61개국 중 58위로 꼴찌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기후변화 관련 투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그린 인프라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또한 정부가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도 온실가스 배출 유도와 환경 생태계를 훼손할 개연성이 높은 기업에는 대출과 투자를 줄이는 전략과 함께 친환경 사회적 책임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대응지수 61개국 중 58위로 꼴찌 수준 = 22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미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 정부와 민간 금융회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며 대규모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도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5년간 73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65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금융투자회사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낮은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 대응 자세를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1개국 중 58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린뉴딜 지원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금융투자회사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이 낮고 관련 그린 산업 투자도 다소 부족하다"며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그린뉴딜 대응 전략을 참고해 중장기 사업목표에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를 추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판 그린뉴딜 성공을 위한 한국 자본시장의 과제로 △각 금융사 중장기 사업목표에 그린 산업 추가 △그린본드 발행 및 친환경 사회책임투자를 확대 △그린뉴딜 관련 지수 개발 △환경 부문 ESG 평가 시스템 구축 △그린뉴딜 관련 금융투자상품 출시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한국 금융사들은 그린본드 발행 및 발행주선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온실가스 절감, 친환경 도시재생, 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손실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 정부기관이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대응 및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지수를 개발하고 ETF(상장지수펀드) 등 관련 금융투자상품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그린뉴딜 관련 공모 금융투자상품 활성화를 위해 리츠 편입자산에 그린 인프라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배출권 거래 시장의 안정을 위해 배출권 파생상품 활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럽 배출권 거래시스템(ETS)에서 거래된 규모는 약 145억톤(탄소단위)으로 2013년 31억톤 대비 4.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할당배출량 가격은 3.4유로에서 25유로로 7.4배 증가했다. 유럽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는 현물 시장뿐 아니라 파생상품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권 선물ㆍ옵션 상품은 ICE거래소 등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현물 거래대금의 약 12배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한국거래소에서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배출권 거래규모는 124만톤이 거래되었으며 지난해에는 1695만톤 거래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배출권 거래에 대한 파생상품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배출권 현물 가격의유동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높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그린본드, 10년간 100배 성장 = 해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말 그린딜(Green Deal)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10년 단위로 최소 1조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파리협정을 탈퇴하기로 선언했지만 주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시는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연기금의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배출권 거래를 2030년까지 연장하고 2045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GDP당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65% 감축하며, 2020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민간 기업들 또한 기후변화 및 환경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프로젝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수요가 늘면서 민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그린본드 발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10년간 100배 이상 성장했다. 금융위기 직후 10~30억달러에서 지난해 2577억달러(약 310조원)를 발행한 것이다. 작년 그린본드는 496개 기업으로부터 총 1788건이 발행됐다. 발행주체별로는 민간 금융회사와 민간 기업 비중이 전체의 약 50%로 가장 높다. 주요 유럽 국가들의 그린본드 발행규모는 GDP 대비 1%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발행규모는 약 0.2%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사 대규모 자금투자 = 유럽계 금융회사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사업 목표로 세우고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전사적 자원배분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HSBC와 바클레이스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Net Zero Bank'를 최우선 사업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들 IB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유도하는 화석연료 섹터에는 점진적으로 투자금액을 줄이기로 했으며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기금을 조성하여 사회책임투자를 나서고 있다. BNP 파리바는 온실감스 감축 및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수년전부터 사회책임투자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다. 또 BNP 파리바는 대출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노력 등 특정 ESG 평가 점수를 개선할수록 대출 이자를 깎아주는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 SLL)' 상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계 IB들도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대규모 사회책임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JP모건은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 생태계 보전을 목표로 환경·사회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JP모건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및 사회책임투자를 수행하기로 밝히고 환경 생태계 보존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 산림파괴, 북극 개발 등과 관련된 기업에게는 대출과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도 2019년말 온실가스 감축 및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해 10년간 7500억달러를 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그린경제 보고서를 발표해 청정기술(Clean Tech)이 1~2조달러의 신규투자를 촉진하고 1500~20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코로나 이후 글로벌경제회복 및 지속가능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프아메리카, 씨티그룹 등도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대출과 투자 업무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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