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정의당 혁신위서 본 정의당의 문제점
"당내 대중적 리더십 성장 기회 적어"
'포스트 심상성' 고민 흔적
청년당 창당 '말로만' 공약
"권위주의 위계질서 부정"
정의당 혁신위는 현 지도체제에 칼을 댔다. 당대표의 주요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14일 정의당 혁신위에 따르면 15일 전국위원회에 제출할 혁신안에서 부대표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려는 이유로 빈약한 인재풀이 거론됐다.
혁신위는 "당내에서 대중적 리더십이 성장할 기회가 적다"며 "당 지도부 중 부대표 인원을 늘려 대중 리더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대표를 차기 당대표 후보군으로 키우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심상정' 밖에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이 섞여 있는 대목이다.
그러고는 허울뿐인 부대표가 아닌 실질적으로 역할과 권한을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당대표가 주도하는 의사결정구조를 바꿨다. 전국위원, 당대회 대의원 등 추천권 뿐만 아니라 전국위원회 소집권 등 당대표의 핵심권한을 모두 없앴다. 사실상 당대표와 함께 부대표, 원내대표, 청년정의당 대표 등이 이끄는 집단지도체제다. 혁신위는 "현행 전국위원회는 당원 직접선출 전국위원에 비해 당연직(임명직, 대표 추천직)이 과도하게 많음으로 인해 당원 의사 반영의 민주성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대표와 원내대표, 부대표 및 신설되는 청년정의당 대표(창당준비위원장)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현행 집행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정의당 창당은 지도부의 공약 실천이다. 지속가능한 인재양성 통로 발굴이기도 하다. 혁신위는 "정치적 경험과 책임을 통해 집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당내 청년정치의 공간과 재생산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 부대표-청년본부-청년학생위원회 체계로는 경험의 단절, 지역별 단절, 기획력의 부재로 전국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4기, 5기 지도부(현 지도부) 모두 청년정의당을 공약했고 5기 청년발전기본계획에는 청년정의당 추진계획이 포함돼 전국위원회에 보고됐으나 보고 이후에 추진 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직문화에 대한 대목도 눈에 띈다. 혁신위는 "정의당 당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적인 토론과 고른 참여의 기회가 보장하고 권위주의적인 위계질서를 부정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당사의 장애접근, 시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홈페이지 접근, 성중립화장실, 아이돌봄체계, 채식식단 등 당의 물리적 환경은 차별과 배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차기 지도부에 '조직혁신 TF 구성'을 권고하면서 "조직혁신 TF는 여성, 장애인, 청소년, 동물복지, 성소수자 등 각 부문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당사자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젠더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포괄적이거나 형식적인 지침을 넘어 실질적으로 즉시 피해자가 안심하고 접근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당내 젠더폭력신고 및 대응 핫라인을 설치, 운영토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혁신위는 또 "당의 주요 결정사항에 대한 집행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 당무 전반에 대한 일상적인 점검과 보완 기능에 공백이 있다"며 당무감사위원회 신설과 관련한 당헌 개정안을 냈다. 독립기구인 당무감사위원회는 당무를 감사하고 당 결정사항 집행과정을 점검하며 업무 체계의 적정성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지방의원간 협의 시스템 부재도 지적했다. "지역위원장들의 당내 사업에 대한 의사 진행과 집행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현재 운영되는 지방의원단은 당헌·당규 상 규정되지 않은 임의조직에 가까워 실질적인 지방의원 간의 소통과 협업을 논의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 지방의원은 광역의원 11인(1.3%), 기초의원 24인(0.82%)로 취약한 상황이며 이중 지역구 당선자는 광역의원 1인, 기초의원 15인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지방의원의 확대 및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입당한지 3개월이 지난 당원'에게 부여하는 선거권 피선거권 등 당권에 대해서는 "집단 입당과 탈당, 당비 대납 등 당을 단순한 공직진출의 통로로만 활용하는 부정적 사례를 방지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입당한지 6개월이 지나야 권리당원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정의당의 부실재정을 메우기 위한 제언도 나왔다. 혁신위는 "매월 발생하는 경상적자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면서 당원 5%를 목표로 하는 1만원 당비 인상 캠페인, 일상적인 지출축소 등을 제안했다. 그러고는 중앙당 적자해소대책 이행 등을 권고했다. '부채탕감을 위한 특별회계와 운영계획 수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20억원 모금을 목표로 한 '정치자금모금위원회 신설'과 '매월 1000만원 후원금을 납부하는 후원회원 조직'을 제시했다. "중앙당 지도부 및 본부장,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에게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정당은 동시대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한다"며 "이번 혁신안은 정의당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당 안에서 한뜻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꿈꾸는 당원들의 열망을 오롯이 담아안을 수 있는 널찍하고 튼튼한 그릇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혁신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