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감염확산, 방역 강화하는 지자체
마스크착용 의무화·집합금지 명령 등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확보 안간힘
확진자 다녀간 워터파크 폐쇄되기도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8.15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까지 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보다 강화된 방역대책을 내놓고 있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6일 오전 0시부터 19일 오전 0시까지 신고된 1602명의 확진자 가운데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확진자가 220명으로, 해외유입 확진자(176명)보다 많다. 깜깜이 확진자 숫자가 200명을 넘은 것은 지난 4월 6일 집계 이후 처음이다. 전체 확진자 중 깜깜이 확진자 비율도 13.7%로, 방역당국이 목표치로 제시한 5%를 훨씬 넘어섰다.
깜깜이 확진자 증가 배경으로는 최근 확진자 증가 속도가 역학조사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과 휴가철인 7월 말~8월 초에 무증상 감염자로부터 불특정 다수가 감염됐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깜깜이 확진자가 많아지면 첫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선행 확진자를 찾아 격리할 수 없기 때문에 n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도 안양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중학생이 18일 용인의 대형 물놀이시설인 '캐리비안 베이'를 다녀간 사실이 확인돼 19일 하루 임시휴장했다. 캐리비안 베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캐리비안 베이 입장객은 2200여명으로 집계됐다. 과천 서울랜드도 안양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이 지난 17일 이곳을 다녀간 사실을 확인, 이날 임시휴장했다. 해당 중학생과 40대 남성은 모두 아직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전남 나주시의 한 리조트시설 역시 대전 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다녀간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 임시 폐쇄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도 상당수가 신분을 감추고 있어 방역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대응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가 18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광화문집회 참가자와 관련해서도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린데 이어 집회 현장 인근에 있던 모든 도민들에게 무료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지사는 "집회 참여자만 검사하면 검사하러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집회 현장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다 무료 검사를 해준다고 하면 오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광화문집회 참석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시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 1600여명으로, 경북도는 1300여명으로 각각 추산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나 18일 12시 긴급행정명령을 발동, 서울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및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게 25일까지 진단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대구시는 집회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익명성을 보장한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한편 집회 총괄 관계자와 버스 인솔자 등에 참석자 명단제출을 요청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고발조치하기로 했다.
광주시도 수도권 교회 방문자, 광화문 집회 참석자, 상무지구 유흥시설 방문자에 대해 진단검사 의무 실시 행정명령을 내렸다.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지난 17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한 부산시는 19일 교회 등 전체 종교시설의 정기예배를 뺀 소모임, 식사제공, 수련회 등 대면행사를 금지하는 집합제한 명령을 발령했다. 부산 기장군은 18일 코로나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수준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기장군은 공공시설 운영 전면 중단,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필수적 사회경제활동을 뺀 모든 활동 자제, 10명 이상 모이는 일도 자제하라고 홍보하고 나섰다.